종로성당 게시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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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화 [EMIL73] 쪽지 캡슐

1999-10-25 ㅣ No.378

그는

                

                        정호승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 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 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 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 그런 그에게서 도망치려 애썼습니다.

부담 스러워서...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다시 부르시고,

다시 사랑하시고,

다시 보듬어 주시는...

그 사랑이 부담이 되어 도망치려 애썼습니다.

그러나 나...

다시 그를 찾아 옵니다.

그를 떠나니...

마음이.. 가난해지고, 추워지고,

허기가 지는 외로움을 견딜 수없어..

나... 다시 그를 찾습니다.

그는...

내게 어디에 갔었느냐고...

무엇을 하였느냐고...

묻지도 않습니다.

그저... 춥지 않았느냐고..

아프지 않았느냐고..

외롭지 않았느냐고...

그리고 묵묵히 또다시 나를 보듬어 품에 안아주십니다.

그 따뜻함에 목이 메여 그저 울기만 하는 나를...

사랑한다 말해주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난..

다시 때때로 그를 잊고 살겠지요..

그때에도 그는...

나를 사랑한다 하시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분은..

사랑 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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