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어떤 꼬마가 불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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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 한 장을 엄마에게 내밀었습니다. 초랑초랑한 눈망울엔 잔뜩 긴장이 어린, 그러나 기대에 찬 모습이었죠. 메모지엔 서툰 글씨로 이렇게 씌여 있었습니다.
이번주에 내 방 청소한 값 ------ 2,000원 가게에 엄마 심부름 다녀온 값 ------ 1,000원 엄마가 시장 간 사이 동생봐준 값 ------- 3,000원 쓰레기 내다 버린 값 ------- 1,000원 아빠 구두 4켤레 닦은 값 ------- 4,000원 마당을 청소하고 빗자루질 한 값 ------- 2,000원
전부 합쳐서 -------- 13,000원
엄마는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이의 얼굴에는 그냥 물러설 수 없다는 비장감마저 감돌았습니다.
그렇게 잠시,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엄마는 연필을 가져와 아이가 쓴 종이 뒷면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너를 배 속에 열달동안 데리고 다닌 값 ------- 무료 네가 아플 때 밤을 세워가며 간호하고 널 위해 기도한 값 ------- 무료 너 때문에 지금까지 여러해동안 힘들어 하고 눈물흘린 값 ------- 무료 이 모든 것 말고도 너에 대한 진정한 사랑까지 전부 ------- 무료
아이는 엄마가 쓴 글을 다 읽고 나서는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더니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사량해요.
그리고 나서는 다시 연필을 들어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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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지불되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