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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언제까지 만화를 때려잡을 건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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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승 [stpeter] 쪽지 캡슐

2000-07-20 ㅣ No.4799

며칠전 이현세씨의 <천국의 신화>"음란물" 판정을 받았죠.

저도 본 만화이지만 <천국의 신화>가 음란물이라는 판정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요즘은 정식으로 번역된 일본판 성인만화들이

출판되는 현실에서.  판사는 만화가게나 만화 대여점에 한번이라도 가봤을까?

 

언제까지 만화를 때려잡을 건가? ①

 

<만화가 이현세를 옹호하며...>

 

만화가 이현세(44)씨의 작품 <천국의 신화>가 청소년에 유해한 음란물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은 18일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이현세씨에 대한 정식재판에서 미성년자보호법 위반 죄를 적용해 다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미성년자가 보는 작품에 대한 음란성과 잔인성, 폭악성의 판단은 성인의 그것에 비해 엄격하게 판단돼야 한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여성의 얼굴표정 묘사, 인간과 동물과의 정사장면 등은 미성년자들에게 잘못된 성관념을 형성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유죄이며, 어떤 작품이 음란물인가 아닌가 하는 점은 작가 등 전문가의 관점이 아닌 보통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도 기성세대는 만화를 마녀사냥의 대상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이 사회를 타락시킨 주범으로 만화를 지목하고,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1. 과연 <천국의 신화>가 포르노성 음란물인가?

 

 

과연 이현세 정도 되는 작가가 우리나라에서 음란 시비가 일어날 경우 얼마나 큰 피해를 당하는지 정도는 알만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 몇푼 되지 않는 돈을 벌어보겠다고 음란한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검찰의 오만이다. 그런 의견에 대해 이현세는 이렇게 말했다.

 

 

"20년동안 만화를 그려오면서 음란 시비에 휘말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내 작품을 사회가 수용하지 못한다면 그만두어야지. 만화가에겐 창작의 자유라는 단어 자체가 익숙치 않고, 쓸 때도 두렵다. <천국의 신화>를 그리기 위해 10년 이상 광범위한 소재를 수집했다. 역사, 신화 내용뿐만 아니라 당시의 복식, 화장, 활모양, 토기, 식생 등 옥수수 하나를 그리는 데도 옥수수가 언제부터 있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2001년까지 백권에 이르는 <천국의 신화>에 전념하기 위해 다른 연재물을 마무리 지었다. 포르노를 그리기 위해 이런 투자를 한다면 그 사람은 정신병자다."

 

 

세상엔 노동자, 장사꾼, 샐러리맨들처럼 빵을 크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지쳤을 때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게 하고,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이현세나 박찬호 같은 사람이 있고, 그 빵을 공정하게 나눠주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난 정치인, 판.검사 같은 사람들은 그 마지막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생각해보자.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빵을 크게 만드는데 거의 도움이 안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역할이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외의 사람들을 깔보고 깔아뭉갠다. 이현세를 비롯한 만화가들을 기소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신처럼 자기들이 이 세상을 재단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장려는 못해줄망정 쪽박은 왜 깨나? 케케묵은 쥬라기공원과 현대자동차의 수출액 비교가 아니더라도 이제 만화, 게임, 영화 산업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진 산업이다.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것 뿐만이 아니라 엄청난 부가가치마저 창출 해내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들에 비하면 당신들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나 깨달았으면 좋겠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감옥에 있을 때 보수 정치인들은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며, 이미 진실이 밝혀졌으니 사면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나 역시 법에도 눈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처벌보다는 그 사람이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힘없는 서민 들에게 칼질만 해대는 게 대한민국 법이지 않은가?

 

 

이현세 같은 인물도 콩밥을 먹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예술가가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겠는가? 보수적인 조선일보 조차도 그 당시 만물상을 통해 "빨간 마후라 사건 이후 당국은 근본 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규제 강화에 급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이현세 만화 <천국의 신화>에 대한 검찰 조사다. 하지만 검찰이 문제 삼은 장면은 (보수적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간행물 윤리위원회 심의에서조차 경미한 '주의' 조치를 받았고, 아동용은 따로 만들었다(이번엔 아동용을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걸었다)

 

 

그리고 이를 본 독자들은 검증이 불가능한 당시의 역사를 상상으로 재현해낸 작가의 노력에 경탄하면 했지 포르노로 생각지 않는 다"라고 했다.

 

 

2.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성인문화 억압하기

 

 

대한민국에 문화정책은 없다. 한마디로 지금의 정부와 검찰과 YWCA 같은 단체는 자기들은 성인군자인데, 만화 등 다른 유해매체들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쳐서 청소년들이 저렇게 되었다는 식이다.

 

 

한 법학도는 만화가를 위시한 대중예술가들의 권리 남용여부(위법성 여부), 청소년 보호라는 법익이 창작, 표현의 자유 및 독자의 행복추구권 그리고 지적 재산보다 더 중요한 법익인가의 여부, 만화를 비롯한 대중매체의 유해성 여부 및 그 구체적 피해 정도 에 대한 입증없이 사법권을 남용해서는 안되며, 설혹 청소년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반대편인 창작, 표현의 자유, 지적재산, 행복추구권도 함부로 짓밟아선 안될 소중한 법익이며, 따라서 이를 부득이하게 침해한다 하더라도 마땅히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대로 '모방할 우려가 있다'고 하는 따위의 추상적이고도 막연한 이유의 말은 특히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함부로 지껄여선 안된다고 본다. 어떤 권리라도 그렇게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유로 침해 할 수 있는 권리는 없으며, 더군다나 창작, 표현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도 그런 이유로 침해할 수 있는 그런 시시한 것이 결코 아니다.

 

 

왜 그 당시 만화가들이 한달간 절필하겠다 하고 백주대낮에 서명운동 벌이고 통신에서 만화애호가들이 당신네 말로 지랄 발광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봤는가?

 

 

바로 그네들의 권리와 이익이 침해받고 있기 때문 이다. 정말로 진정한 법조인이라면 이 사람들의 권익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그리고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만화 및 문화 탄압이 사회시세를 틈타 대박 터트려 보겠다는, 즉 한건 올려보겠다는 그런 한탕주의식의 천박한 공명심에 사로잡히신 게 아닌지 묻고 싶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불법 외국 포르노와 일본성인만화들은 오늘도 뒷골목에서 판을 치는데, 근엄하신 우리의 판, 검사님들은 정식출판되어 수많은 팬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우리 만화책을 왜 질책하고 있나? 자신들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그리고 <천국의 신화>나 스포츠 신문 만화가 그렇게 유해하다면 그동안 방치해 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변명할 건지에 대해 묻고 싶다.

 

 

(계속됩니다..기대해주세요..)

 

 

칼럼니스트 지승호 zpihot@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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