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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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세택 [stwee] 쪽지 캡슐

2002-08-15 ㅣ No.2029

아주 어렸을 적에 우연히 아는 사람을 따라서 지금의 영덕항 아래에 있는 후포 근처의 시골에 놀러 가게 되었었다.

중앙선을 타고 밤새도록 가서 안동에 내려 낡은 버스를 타고 산기슭 낭떠러지에 걸친 비포장도로를 타고 여섯시간이 걸려 도착을 하였었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들린 산골에 있는 작은 역들은 전기가 안들어와서 기차가 도착할 즈음이면 역장이 횃불을 들고 나와서 기다렸다.

 

그렇게 만 하루에 걸쳐 도착한 마을은 서울에서 온 나에게는 아무 할 일이 없었다. 인적없는 해변가에서 바다 구경하는 것 빼고는. 마을에 있는 구멍가게에서는 건빵과 눈깔사탕 밖에 안팔았다. 요즘 나온 영화 ’집으로’ 에 나오는 소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밤이 되니 전기도 없고 당연히 텔레비젼도 없고 라디오도 없었다. 방에는 조그만 사기로 된 호롱불 하나만 달랑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큰 방에는 남포라는 좀 큰 등불이 천장에 걸려 있었다. 불이 어두우니 책을 읽을 수도 없고 정말 할 일이 없었다. 그 때의 그 적막함과 고독을 잊을 수가 없다.

 

밤에 할일도 없고해서 방문을 열고 나왔던 나는 마당에 발을 딛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달이 없어서 한치 앞도 안보이는 깜깜한 밤이었는데 하늘에 엄청나게 많은 수의 별이 걸려있었다.

세상에나 별이 그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서울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었던 은하수가 다 보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꿈 같은 밤하늘을 넋을 잃고 한참을 보았다. 또 달없는 밤이 그렇게 깜깜한 것도 처음 알았다. 그 깜깜한 밤이 별이 있어 적막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서울에 다시 돌아오는 날까지 매일 밤마다 별을 헤며 보냈다.

 

세월이 많이 흘러 가끔 깊은 산으로 바다로 놀러갔어도 그 때 만큼 많은 별을 본 적이 없다. 인정하기 싫어도 한국의 모든 하늘이 공해로 오염이 된 것이리라.

 

생떽쥐베리의 책들에 보면 사막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대목이 많이 보인다. 오염이 안된 외떨어진 맑은 사막에서 보는 밤하늘에는 내가 봤던 것처럼 많은 별들이 반짝일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그래서 언젠가는 사막에 가서 밤을 지내보고 싶다. 그곳에서 별을 바라보면서 절대 고독을 느껴보고 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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