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제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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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세택 [stwee] 쪽지 캡슐

2002-08-21 ㅣ No.2039

어제 북한산에 올라가서 대남문에서 제비를 보았다.

 

지난 몇년 사이에 본 적이 없었기에 내가 잘못 보았나 하고 유심히 살펴 보았는데 자그마한 몸에 굉장히 빠르게 날라다니는 속도감 날씬한 몸매 둘로 갈라진 꼬리가 틀림없는 제비였다.

그 제비 여러마리가 가랑비 사이로 이리 저리 날라다니는 것이었다. 너무나 반가워서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해마다 여름이면 처마밑에 집을 짓고 새끼들이 고개를 내밀고 부모가 잡아오는 먹이를 서로 먹으려고 지저귀고 골목길을 순식간에 날아다니던 모습. 가을이면 먼길을 떠나기 전에 전기줄에 나란히 모여 앉아있던 모습들이 어느 틈에 안보이기 시작한 것은 서울에 아파트들만 들어서서 집지을 곳이 부족해서 떠난 때문인지 가끔 궁금해하고는 하였다. 그러면서 요즘 아이들이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준 제비가 어떻게 생긴 새인지 알까 하는 걱정도 들고 물찬 제비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제비를 동물원에서 기르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봤다.

 

제비마저 살 수가 없어 떠난 우리의 도시에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인간의 생존력이 모든 동물 중에서 바퀴벌레 다음으로 강하고 질긴 것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이제 서울은 아파트 천지로 변해서 예전같이 제비들이 대량으로 모여와서 살기는 틀린 것 같고 그저 가까운 산이나 시골에라도 제비들이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어제 제비를 보니 멀리 떠났던 자식들이 돌아온 것 같은 반가운 마음이었다.

 

그 날렵한 비행 모습과 둥지에서 지저귀는 새끼들의 정겨운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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