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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은 한국판 ‘지미의 세계’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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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979aaa] 쪽지 캡슐

2008-08-12 ㅣ No.7163

다만 1537년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신문의 기만적인 ‘Lugenie’에 대하여 비난을 한 바 있는데, ‘Lugenie’란 독일어로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 독일에서는 ‘오보’를 ‘Ente’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단어는 허위보도라는 뜻과 함께 ‘날조기사’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오보를 ‘le Canard’라고 하는데, 이는 본래 ‘헛소문’ 또는 ‘유언비어’라는 뜻이다.

미국의 경우 ‘오보’를 통칭하는 용어는 없고, 그 대신 구체적 내용에 따라 ‘false report’(허위보도), ‘incorrect report’(부정확한 보도), ‘fraudulent report’(속임수 보도) 등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언론인 자신은 ‘mistake’ 즉 ‘실수’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는데, 이 말에는 허위 및 ‘날조보도’(fabricated report, cooked-up report, invented story)뿐만 아니라 ‘과장보도’(exaggerated report), ‘불공정보도’(unfair report), ‘오도보도’(misleading report), 그리고 인쇄과정에서의 단순한 기계적 실수에 따른 오보 등 모든 잘못된 보도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오보란 모든 잘못된 보도의 총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실수에 의한 단순 거짓 정보나 허위 정보를 영어로 misinformation이라고 부르는데 반해, 조작된 거짓정보는 disinformation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disinformation의 유포나 누설방법은 비단 정부당국이나 정당 등에 의해서만 활용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근래에 와서는 기업체나 각종 이익단체들에 의해서도 악용되고 있다. 이들이 언론에 제공하거나 흘리는 정보 속에도 적지 않은 disinformation이 섞여 있다. 따라서 오늘날 언론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러한 disinformation을 뉴스에 함께 흘려보낼 위험성이 점점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오보의 발생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대표적 원인으로는 취재의 소홀과 부주의, 자료에 대한 철저한 확인의 부족, 기자의 경솔한 판단과 착오, 막연하거나 잘못된 추측, 신빙성 없는 자료의 인용, 어떤 목적을 가진 의도적인 오보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어떤 목적을 가진 의도적인 오보가 가장 나쁘다. 이는 범죄행위다. 이번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있어서 검찰의 수사초점도 의도성의 유무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정보원이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그릇된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것을 기자가 그에 대한 확인을 게을리 하거나 기사 마감시간에 쫓겨 그대로 보도하는 데도 오보의 원인이 있다. “언론은 선의의 오보(mistake in good faith)를 범할 권리가 있다”는 말도 있듯이, 오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오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정정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숨기다가 발각되면 언론의 신뢰성은 무너지고 만다.

 

PD수첩의 허구-그곳엔 광우병도 인간광우병도 없었다

▲PD수첩 보도물의 핵심내용은 3가지. 그러나 이것들은 PD수첩측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 검찰수사, 법원의 판결 등에 의해 모두 허위 또는 근거가 빈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주저앉은 다우너(downer) 소, 목숨을 잃은 아레사 빈슨(Aretha Vinson)의 사인은 광우병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다우너 소 동영상은 미국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가 만든 동물학대 고발용으로 처음부터 광우병(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BSE) 또는 mad cow disease)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3건의 광우병 소를 촬영한 동영상은 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PD수첩은 빈슨이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Creutzfeldt Jakob Disease)으로 진단을 받았는데도 마치 인간광우병(vCJD, variant Creutzfeldt Jakob Disease)인 것처럼 소개했다. CJD는 소와는 전혀 상관없는 질병이다. 즉, PD수첩에 등장한 다우너 소와 인간광우병환자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허위로 판명된 셈이다. PD수첩의 또 다른 핵심 주장이었던 “한국인의 94%가 MM형 유전자를 갖고 있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서구인에 약3배에 달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러한 보도의 근거가 됐던 논문의 저자가 “특정유전자 하나만으로 인간광우병에 걸린다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부인하고 있는 등 학계에서도 인정되지 않고 있는 주장이다.

PD수첩의 결론적인 메시지는 미국산 쇠고기를 절대적인 위험물질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미국소=광우병소=죽음이라는 인식을 시청자들에게 널리 심어준 것이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된 자료가 허구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다만 ‘지미의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존재한 것처럼 통째로 조작한 허보였다면 PD수첩 보도물은 주요 핵심부분이 허구 또는 왜곡으로 드러났고 전체의 구성이 짜맞추기식으로 일관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두 보도의 후유증 측면에서 보면 차이는 엄청나다. ‘지미의 세계’가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게 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단발적인 해프닝성 보도였다. 반면 PD수첩은 세계의 많은 언론이 한국과 한국인을 사실상 ‘조롱’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수개월간 온 나라를 광란과 무질서, 혼란과 폭력, 파괴로 물결치게 했던 도화선이었다는 점이다. ‘광우병 불법촛불집회’로 인한 피해액이 2조원에 달한다는 통계(한국개발연구원)가 이를 말해 준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우리사회의 계층과 집단간의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중심에 PD수첩이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협상을 타결지은 정운천 전 농식품장관은 퇴임인터뷰에서 PD수첩에 대해 “픽션을 만들어 사상 최대의 파문을 일으킨 역사상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방송들과 수구좌파 시민단체들도 PD수첩에 가세, MBC와 한통속이 되면서 마치 5천만 대한민국이 광우병으로 곧 없어질 것처럼 떠들었다. 방송들은 사실상 시위대의 일거수일투족과 시위대측 인터뷰만 일방적으로 내보냈다. 심지어는 메인 뉴스시간이나 토론시간 기타 생방송 도중 현장중계까지 했다. 매시간 뉴스마다 예고방송까지 했다. 시위 시간과 장소. 주도단체를 매시간 마다 알려 군중을 끌어 모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언제 우리나라 방송들이 정권퇴진까지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시위대들의 일정에 대해 이렇게 까지 매시간 친절하게 ‘예고방송’까지 했는지 참으로 방송역사에 남을 일이었다. 근거나 사실에 기초한 보도는 없이 시위대가 쏟아내는 유언비어와 괴담 수준의 말들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그뿐인가, 이들 방송은 불법시위를 진압하는 공권력을 폭력으로 몰아갔고 도로를 불법점거하고 국가기물을 부수는 시위대를 ‘정의와 진리의 사도’인 것처럼 미화했다. 이러한 시위는 계속 정권퇴진투쟁으로 이어졌다.

PD수첩이 진정으로 국민 건강권을 생각했다면 △광우병의 실체 △광우병 발생 및 퇴치의 세계적인 추세 △각국의 광우병 대처 사례 △광우병 최대 발생국인 영국 등 유럽국가들과 미국의 쇠고기식탁 비교 △미국과 한국의 사육·검역·도축·유통 실태 및 전반적인 식품위생 관리실태 △한국과 미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의 쇠고기 협정 비교 △국제수역사무국(OIE)과 프리온학회 및 세계적 광우병 전문가들의 보편적 견해 등을 종합적으로 다뤘어야 했다. 그러나 PD수첩은 이들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 같다. PD수첩은 광우병이나 미국쇠고기에 대한 우려와 공포분위기만 조성했지,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정보·지식·학설·이론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경험 많은 전문가집단인 국제 프리온학회 권위자들의 보편적 이론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주 편향된 시각만 내세워 광우병공포분위기를 조성한 결과, 엄청난 국가·사회적 혼란과 국력낭비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를 문제 삼으려 한다면 쇠고기는 밀과 함께 미국인의 주식이라는 점, 오늘날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는 질 좋은 쇠고기가 미국산 쇠고기라는 점, 그리고 1백여 국가에서 먹고 있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식용으로 제공되고 있는 쇠고기가 미국산이라는 점에 대한 반론이나 이의를 제기했어야 옳았다. 미국인 3억5천만은 물론이고 미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이 작년 전 세계에서 6천만명에 달하는 등 지난 30년간 수억이 넘지만 어느 한 여행객도 인간광우병에 걸렸다는 보고는 없다. 미국을 다녀온 한국인 광객도 지난해 1백만에 육박했다. 미국에서의 쇠고기는 분쇄육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거의 모든 음식에 사용되기 때문에 단 하루를 체류하더라도, 설사 채식주의자라고 하더라도 식사를 전혀 하지 않는 한 비켜가기 어렵게 돼있다.

PD수첩은 미국 소가 온통 광우병소인 것처럼 착각하게 했다. 미국은 호주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위험통제국으로 지정된 세계 11개국의 하나다. 안된 얘기지만 한국은 여기에도 끼지 못한다. 광우병 감염 소는 지난 1986년 영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후 2008년 5월 31일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20만마리 이상 폐사됐다. 영국의 18만4천5백61마리를 비롯, 아일랜드 1천3백53, 프랑스 984, 포루투갈 875, 스페인 717, 스위스 464, 독일 415, 이탈리아 141, 벨기에 133, 네덜란드 84, 폴란드 56, 일본 26, 덴마크 15, 캐나다 13(2008년 6월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에서 발생한 1건 포함), 미국 3, 룩셈부르크 3, 사우디아라비아 1마리 등이다. 그러나 광우병 박멸을 위해 1986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영국에서 살처분된 육골분 섭취 소만도 440만 마리에 이른다. 이 기간 중 독일에서도 육골분을 섭취한 40만 마리의 소가 살처분 됐다.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소는 2003년 12월 23일(워싱턴주), 2005년 1월24일(텍사스), 2006년 3월13일(알라버마)에 각각 1마리씩이었다. 이들은 모두 10년이 넘은 소였다. 특히 2003년에 발견된 것은 추적결과 송아지 시절 캐나다에서 수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광우병 원인물질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 덩어리인데 이것은 소 육골분(meat-bone meal, MBN) 사료가 원인이다. 미국이 1997년 8월 육골분 사료를 금지한 이후 지금까지 11년간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 발병은 단 한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한국은 2000년 12월부터 동물성 사료를 금지해왔다. 그러나 EU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금지기간인 2000년대 초 광우병이 발생한 EU 국가들로부터 쇠고기 154t과 육골분 2천8t, 사료용 물질 8천766t을 수입했다. PD수첩이 광우병의 위험을 알리려고 했다면 한우도 안전한지를 따져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PD수첩이 진정으로 광우병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려고 했다면 우리가 즐겨먹는 한우가 사육과 검역, 도축시스템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해외에 수출하고 싶어도 어느 한나라에도 공식적으로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했어야 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박상표 편집국장(수의사)이 2006년 6월 한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에 의하면 김대중 대통령을 거처 노무현 대통령 초기인 2000년대 이후 국내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여러 명 있었으나, 많은 경우 유족들의 반대로 부검을 하지 못해 진단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2001년 3월 서울대병원 신경과의 김상윤 교수팀은 36세 환자를 인간광우병 환자로 추정했다. 그러나 얼마 후 이 환자가 사망했을 때, 가족들의 반대로 부검을 하지 못해 인간광우병 판단을 유보했다. 이에 대해 국립보건원은 국제보건기구의 인간광우병 진단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인간광우병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당시 김 교수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인간광우병이라고 확진하려면 반드시 부검을 해야 하는데 가족의 반대로 끝내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한국에 인간광우병 환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발병 자체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무도 모르게 발병해 이미 사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인천의 또 다른 병원에서 40대 여성이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받는 증상을 보이다 사망했으나 역시 가족이 부검에 동의하지 않아 확진하지 못했다. 2004년 10월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경화(한나라당) 의원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한 영국인 환자가 생전에 헌혈한 오염혈액으로 제조된 알부민 제제가 1998년에 국내에 유통돼 총 1천492명에게 투약됐지만 관계당국이 이를 6년간 감춰 왔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혈액제제를 통한 인간광우병의 감염사례는 세계적으로 한 건도 보고된 바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영국 보건부는 이미 지난 2003년 12월 수혈을 통해 감염된 최초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2월 9일 영국에서 수혈을 통한 세번째 인간광우병 감염사례가 확인됐다. 영국에서 발생한 3건의 혈액감염 사례를 통해 적혈구, 냉동 혈장, 혈소판 등이 모두 인간광우병 전염의 매개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김선미 의원은 2006년 11월 20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2-2006년 쇠고기 수입, 검역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입금지기간인 2003년 12월24일 이후에 국내로 유통된 SRM으로 추정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1만8천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광우병소의 가장 위험한 부위인 소머리도 수입금지 기간 중에 25t이 국내로 반입되어 유통되었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2004-2006년 사이에 SRM이 대부분인 미국산 쇠고기의 소머리, 창자, 뇌하수체, 소 눈 등 1천4t이 국내로 풀렸고, 뼈 채로 절단돼 판매하는 갈비 등의 부위만 해도 1만7천t이 국내로 유통됐다”며 “이 고기들은 호주산과 국산으로 둔갑돼 국민들에게 팔려나갔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선미 의원은 사흘 뒤인 11월23일 2003년 이후 미국뿐 아니라 다른 광우병 발생국서도 쇠고기가 수입·유통된 사실을 추가 폭로했다. 이같은 사실들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시절 상당량의 동물성 육골분 사료와 함께 SRM이 국내에 반입돼 한국도 광우병 청정국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PD수첩은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인 것처럼 보도했으나 지금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순수 미국인 인간광우병 환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인간광우병은 22년간 전 세계적으로 도합 207명(영국 166, 프랑스 23, 아일랜드 4, 미국3, 포르투갈 2, 스페인 3, 이탈리아1, 네덜란드 2, 일본 1, 캐나다1, 룩셈부르크 1명, 사우디아라비아 1명)이 발생했다. 생존자는 현재 영국 3명을 포함, 5명으로 보고돼있다. 그러나 미국인 3명은 미국내에서 발병했다는 증거가 없다. 미질병통제센터(CDC)에 의하면 2명은 영국에서 이민 온 사람이었고, 1명은 사우디아라비아인 이지만 영국에 체류한 전력이 있는 사람으로 이들은 모두 감염상태에서 미국에 들어와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아일랜드 4명과 캐나다 1명도 모두 영국서 살았거나 영국을 여행했던 사람이다.

PD수첩 광우병기획물은 논리적으로도 오류

▲PD수첩 광우병 특집물은 논리적으로도 적지 않은 오류가 발견되고 있다. 우선 그 전개과정이 연역적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미리 정답을 정해 놓고 짜맞추는 식이다. 연역적이란 것은 “마땅히 그러하여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접근법이고 이러한 데서 오는 오류를 ‘연역적 오류’(deductive fallacy)라고 한다. PD수첩은 또한 ‘없는 전제’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즉 참(truth)이 증명되지 않은 전제에서 결론을 도출하려했다는 점에서 ‘순환논증의 오류’(fallacy of circular reasoning)를 범하고 있다. 이와 함께 PD수첩은 변인(variables)간의 인과관계(causal relationship)를 잘못 설정함으로써 ‘인과적 오류’(causal fallacy)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추리’가 있다고 하자.

1)강에서 시체 하나를 건졌다.

2)사망원인을 알기위해 허파와 위에 들어있는 내용물은 검사했다.

3)검사결과, 사망원인은 익사가 아니라 독극물이었다.

여기서 허파와 위에 들어있는 내용물과 사망원인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면 오류가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PD수첩 광우병 특집물은 빈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vCJD)이 아닌데도 vCJD로 설정함으로써 인과관계 오류를 범하고 있다. 주어진 전제가 거짓이라 함은 자료가 거짓임을 뜻하며 이때의 오류를 특히 ‘자료적 오류’(material fallacy)라고 한다.

만약 MBC가 이명박 정부가 싫어서, 이명박 대통령으로의 정권교체에 흠집을 내기위해 왜곡․과장된 광우병 특집물을 방영했다면 이는 ‘발생론적 오류’(genetic fallacy)에 해당한다. 이는 어떤 이론이 참(truth)이냐 거짓(false)이냐를 그 이론의 증거에 근거하지 않고 그 이론과 관련돼있는 ‘출처’에 기초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예컨대 독일의 나치가 아인슈타인이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상대성이론’을 거짓으로 판단하면 이 판단은 발생론적인 오류가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기간 중 MBC의 이명박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흠집내기가 도를 넘었다고 보고 MBC를 주적으로 규정, ‘선전포고’를 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PD수첩 광우병 특집물은 사실(fact)이 아닌 자료, 제한된 정보, 부적합한 증거, 대표성을 결여한 사례 등을 근거로 결론을 도출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광우병쇠고기’ 대량 수입한 북한은 안전한가

▲한편 PD수첩은 한국이 광우병 발생국인 미국쇠고기를 수입하는 주요국가 중 사실상 가장 먼저 전면개방을 한 국가로 기록된다고 보도함으로써 마치 현 정부가 국민의 건강은 생각하지 않고 미국에 굽신거리며 무능하고 멍청한 협상을 한 것으로 인식시켰다. 그러나 미국이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부여받은 2007년 5월 29일 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완전개방한 나라는 여러 나라가 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바베이도스 등이 그것이다. PD수첩은 또한 마치 한국만이 광우병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면개방을 한 듯이 보도했지만 현재 미국쇠고기를 전면 개방한 나라는 96개국이다. 물론 이들 국가 중 지난 2년간 수입실적이 없는 국가는 상당수에 달하지만 말이다.

광우병 쇠고기를 먹는다고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접촉이나 호흡기 또는 수질로 인한 감염은 일어나지 않으며 수직 수평 전파 역시 감염 가능성은 낮다.

세계 최대의 광우병 발생국인 영국에서 광우병에 걸려 폐사된 소가 18여만 마리, 광우병 박멸과정에서 살처분된 육골분 섭취소가 440여만 마리였으나 현재까지 vCJD에 걸린 사람은 166명에 그쳤다. 동물성사료가 사용된 1980년부터 금지되기 직전인 1997년 까지 17년간 영국인의 뱃속에 들어간 쇠고기는 광우병에 감염된 것을 포함, 4천만 마리분으로 추산되는 등 6천만 영국인의 절대 다수가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프리온을 섭취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극히 일부였다는 얘기다. 독일의 경우, 광우병 소가 415마리에 달했고 육골분을 먹은 소 40만 마리가 살처분됐으며, 모자라는 쇠고기는 영국에서 수입했지만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북한은 2001년 10월부터 2002년 2월까지 독일로부터 광우병 감염으로 추정되는 쇠고기 1만8천t을 무상으로 수입, 주민들에게 식용으로 공급했으며 2001년 5월에는 스위스로부터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쇠고기 712t을 역시 무상으로 수입했다. 2001년은 독일과 스위스에서 각각 수백마리의 광우병소가 발견된 시점이었다. 지금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을 정도로 관영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남한의 종북반미수구좌파들에게 ‘광우병 반미투쟁’ 지령을 내리고 있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지만 아직 북한에서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

 

뉴욕타임스, 아사히 등의 기사조작사건 사과․문책과 MBC

▲뉴욕타임스는 2003년 5월11일 기사조작과 기사도용을 했다는 이유로 제이슨 블레어(Jayson Blair)기자를 파면했다. 신문은 블레어 기자 사건과 관련, 미국 언론사상 최초로 1면에 회장 겸 발행인인 아서 설즈버거(Arthur O. Sulzberger)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내용의 요지는 자체 조사 결과, 블레어 기자가 2002년 10월 이후 쓴 73건의 기사 가운데 남의 기사를 적당히 베끼거나, 기사 발신지를 거짓으로 적거나, 만나지도 않은 취재원의 발언을 마치 직접 들은 것처럼 조작하는 등 모두 36건의 기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유력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The Boston Globe)에서도 있었다. 1998 년 6월 퓰리처상 논평부문 최종후보(finalist)까지 올랐던 유명 칼럼니스트 패트리셔 스미스(Patricia Smith)의 논평문에 인용된 인물과 인용문구 등이 모두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자체 조사결과 실제 있지도 않은 인물(유령취재원)을 등장시키고 내용을 위장하는 등 논평문 조작이 확인돼 퓰리처상 후보 철회는 물론이고 패트리셔는 해고됐다. 그녀의 기사는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암실험이 성공했다는 기사를 본 ‘클레어’라는 암환자가 “당장 그 생쥐라도 통채로 먹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클레어’는 가공으로 설정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날조사진 한 장 때문에 사장이 물러나는 사건이 있었다.

유력지 아사히(朝日)신문이 오키나와 근해의 이름난 산호초에 ‘KY’라고 낙서한 사진을 큼직하게 싣고 󰡒도대체 KY는 누구인가?󰡓라고 바다 속 환경파괴를 고발하는 짤막한 글을 실은 것은 1989년 4월 20일자였다. 다음날 낙서사진이 조작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어 사내 조사를 벌인 결과 마침내 현장을 촬영한 사진기자가 제 손으로 조작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거듭된 사내 조사를 바탕으로 5월 15일에는 현장을 촬영한 사진기자는 물론 편집국장, 사진부장 등을 문책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사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신문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던 아사히에 대한 비난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5월 20일 다시 사과성명을 냈고, 5월 27일에는 마침내 이치야나기(一柳) 사장이 사퇴를 발표했다. 이치야나기 사장은󰡒아무리 생각해도 통상적인 오보라거나 기자의 지나친 취재욕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야말로 독자를 우롱한 것이며 고의로 (독자를) 속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사퇴이유를 밝혔다. 그는 일본신문협회 차기회장으로 내정돼 있었으나 그 마저도 사퇴했다.

미국과 일본 언론이 조작보도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해당기자를 포함한 관계자들을 철저히 문책했다면 MBC는 아직도 제대로 된 자체조사 실시는 물론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PD수첩 측은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언론탄압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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