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지란지교를 꿈꾸지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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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세택 [stwee] 쪽지 캡슐

2002-08-30 ㅣ No.2047

옛날에 시인 유안진교수가 쓴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수필이 대유행을 한 적이 있다.

 

여자들마다 카피를 들고다니며 외우고 그랬다.

나는 대부분의 수필집들이 너무 감상적이고 자의식 과잉이라는 느낌을 받아서 수필집들은 읽을 생각도 안했는데 여직원 책상 유리 밑에 놓여 있기에 한번 읽어보았다.

 

그 글을 보면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친구는 내가 힘들면 아무 때나 찾아가도 날 위로해주고 오로지 날 위해 주려고 늘 대기하고 내가 아무리 잘못해도 날 감싸주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걸 보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이기적인 마음이어서 그런 글을 공식으로 출간한 작가가 너무 뻔뻔하다는 생각을 했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그런 친구는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 글에 담겨있는 생각은 친구에게서 끝없이 받기만하고 친구에게는 고통만을 안겨주겠다는 것인데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말을 바꿔서 내게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아니고 내가 이런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글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내가 이런 친구였으면 좋겠다.

 

내 친구들이 힘들면 밤낮으로 아무 때나 찾아와도 찡그리지 않고 위로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피곤해서 골아 떨어져 잘 때 한밤중에 전화해서 넋두리하는 친구에게 짜증내지 않고 다받아주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당장 내가 가진 것이 조금 밖에 없어도 친구들이 와서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면 망설이지 않고 선뜻 내어주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날 기억도 안하다가 어려운 일만 생기면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친구에게 잊지않고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얘기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게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말고 내가 그런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면 세상은 얼마나 살기 좋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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