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깜.복.기 4/2(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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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4-02 ㅣ No.3180

다해 사순 제 5주간 금요일

 

복음 : 요한 10,31-42

 

'개 무시' 당하며 살 수 있을까?

 

가끔 동기 신부 이웃 본당에 사복을 입고 찾아 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제관을 물으면 제 행색을 보고 반말로 누군데 무슨 볼 일이냐고 쏘아붙이며 개 무시를 할 때가 있습니다. "동기 신부인데요." 그러면 태도가 완전히 바뀝니다. 물론 제 행색이 충분히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하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또 먼저 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점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마음 한켠으로 씁쓸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할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세상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행색으로 상처 주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개 무시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따지고 보면 교회도 그렇습니다.

 

촛불을 켜 놓고 조용히 앉아 오늘 복음 말씀을 가지고 기도를 올립니다. 기도 책상 위에 놓인 십자가의 예수님께서 "난 개 무시당하면서 죽었어"라고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십자가 위에서 머리를 떨군 채 하시는 그 말씀이 제 머리 속을 맴돕니다.

 

하느님 나라를 위해 개 무시를 당하며 살 수 있을까? 선뜻 그렇다고 답을 못하겠습니다. 신부라는 껍데기를 벗고, 그렇게 썩어 갈 수 있어? 그럴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제 자신에 대한 실망감 때문인지 우울함을 느낍니다. 그것까지도 감수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계속 되는 물음이 제 마음 속에서 되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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