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성 신부님 강론을 묵상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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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당신께선 땅속 어두운 곳을 헤매시어 제게 필요한 양분과 수분을 힘껏 섭취해 주십니다. 주님, 당신께선 따가운 햇살과 폭풍우를, 살을 에는 추위와 무자비한 황사 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 저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어제도 오늘도 계십니다. 당신을 그 곳으로 보내시어 자라게 하신 분은 아버지십니다.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연약하지만 무수한 뿌리로 하여금 어둠과 절망 속을 헤매게 하시고, 당신의 온 몸으로 이 세상 온갖 악의 세력들을 맞이하여 싸우도록 하십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공로를 제게 무상으로 주십니다. 저는 당신의 뿌리를 통해 양분을 받아 자라는 작은 가지입니다. 당신께서 어둠 속에서 저를 위해 필사적으로 양분과 수분을 빨아들이는 동안 저는 제 온 몸을 당신께 내드리는 일밖에 한 일이 없었습니다. 당신께서 땡볕을 버티고 때론 추위와 맞서 피 흘리며 싸울 때 저는 당신의 몸속에 숨죽인 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당신께서 주신 양분을, 햇볕과 바람을 아름다운 잎사귀와 꽃으로 피워내야 할 때인가 봅니다. 아버지의 손길이 당신의 온 몸을 어루 만지고, 가지와 잎사귀들을 살피시며 아름다운 열매를 거두어 가길 바라실테니까요. 제 마음의 문이 당신께서 주시는 사랑을 향해 온전히 열려 있어야 할테지요. 그 사랑을 정성껏 키우고 가꾸어야 할테지요. 아버지께서는 잘 익은 단단한 열매는 거두어 당신의 곳간에 들이시고 열매 맺지 못한 가지들은 모두 잘라 불살라 버리실테니까요.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