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고구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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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stellara] 쪽지 캡슐

2007-11-21 ㅣ No.7777

 
고구마 이야기
 
 난로가 피워지면서 부터 고구마 굽는 냄새가 온 사무실에 가득 해 집니다.
매년 석유 난로 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고구마를 구워 간식으로, 손님 접대용으로 아주
인기를 끌게 됩니다.  요즈음 고구마는 호박 고구마라는 품종이 아주 인기가 있는데
속이 아주 노랗고 당도가 높아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것 같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4,5학년 무렵,  남쪽 마을 초등학교 시절,
생활이 어렸웠던 시절이었는데  나의 어머니는 새벽부터 남의 논,밭 일을 다니셨어요.
추운 새벽부터 밥 한 술 끓여서 '호호'  불며 드시던 어머니 모습이 지금도 어제인 듯 선합니다.
 
어느날, 수업 끝나고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며 하교길 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져 내려오다 보니 어떤 밭에서 아주머니들과 엄마의 일하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엄마를 향해 신나게 뛰어 갔습니다.
 
엄마들은 간식 시간을 갖고 있었습니다.
맛있는 김치와 고구마를 맛나게 드시고 계셨어요.
'꿀꺽' 몹시 먹고 싶었습니다.  엄마는 엄마 몫의 고구마를 저에게 밀어 주시고 시원하게
물을 드셨습니다
"난 많이 먹어 배가 부르구나.  배 고플텐데 네가 먹으렴."
 
물 만난 생선처럼 엄마 몫의 고구마를 게눈 감추 듯 헤치웠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후일 생각하니 배고픈 엄마는 고구마 마저 어린 자식에게 먹이려고 당신의 주린 배를
감추이고  물 배를 채우시고 긴-긴 하루해를 견디신 겁니다.
불쌍한 내 어머니...
 
자라면서 고구마를 잘 안 먹었습니다.
고구마만 보면 목이 메어서....
 
작년 부터 흑산도에 계시는 이모가 택배로 고구마를 부쳐 주십니다.
호일로 싸서 난로에 굽거나 오븐에 구우면 쪄서 먹는 고구마보다 훨씬 맜있습니다.
고구마 생각만 하면 어릴적 엄마 생각이 납니다.
 
며칠 전 고구마 구워 들고 친정 엄마 보러 갔습니다.
"얘야  고구마가 아주 맛나구나.  정말 맜있다."
팔십 다섯 내 엄마는 아주 좋아 하십니다.
어릴적  당신이 배 곯으며 이 딸네미에게 먹였던 고구마를 이젠 그 때의 당신보다 더 나이든 딸네미가 가져온 고구마를 몹시도 맛나게 드시네요....
 
찬 바람 부는 늦 가을 날 고구마를 구우며    철 든   '스텔라' 가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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