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사순 3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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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웅 [mathias] 쪽지 캡슐

2004-03-18 ㅣ No.2937

사순 3주간 목요일

루가 11,14-23

짜고 치는 고스톱

 

+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 서두에서 예수님을 시기하며 증오하던 무리들은 말을 합니다. “그는 마귀의 두목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이는 일명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다. 두 사람이 한 사람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술수에 빠진 사람은 아무리 고수라 할지라도 그 판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이런 우리의 고스톱의 경험을 살린다면 예수님께서 진정으로 누구와 짜고 치고 계시는 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의 승리는 결국 짜고 치는 팀의 승리여야 합니다. 물론 고도로 팀 플레이가 화려한 도박판에서는 짠 팀이 처음에는 자기편을 공격해서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져주기도 하지만 끝까지 그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복음서에서는 예수님의 승리의 영광이 한 번도 마귀에게 돌아간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마태오 복음 9장 8절에서 “군중들이 이것을 보고 즉, 예수님의 기적을 보고 두려워하며 이런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라고 나온 것처럼 모두 하느님께로 돌아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예수님의 힘의 원천은 예수님의 팀은 마귀가 아니라 하느님이셔야 합니다.

 

예수님은 말씀하고 계십니다. 짜고 치는 팀이 갈라지면 망하는 법이다.

 

이제 우리 자신에게 시선을 돌려봅시다. 우리는 하느님의 팀입니까 아니면 마귀의 팀입니까? 물론 하느님이겠지요. 말은 쉽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를 통해서 드러나야 할 하느님의 영광이 악마에게서 드러나는 것일까요? 유혹에 쉽게 빠져버리는 우리들. 가리옷 사람 유다.

 

영화의 하일라이트 부분에 보면 우리의 주인공이 꼭 자신이 믿고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여 비참해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배신 때린 그 친구를 마치 우리의 공동의 적인양 울분을 참지 못합니다. 메트릭스, 벤허, 예수 그리스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는데 그래서 내가 내 팀의 패를 다 보았는데. 어느 새엔가 상대편에 넘어가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계속 저에게 그 패를 던지라고 눈을 끔뻑 끔뻑 거리십니다. 그러나 저는 그 패를 던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잃을게 뻔하거든요. 3점으로 나야하는데. 그래서 저는 다른 패를 던집니다. 그런데 왜 이놈의 악마는 내가 던진 패를 이렇게도 잘도 받아먹는지. 예수님과 한 팀인데도 저는 악마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변명을 합니다. “주님! 저는 고스톱을 잘 못 쳐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짜고 치는 고스톱의 최고의 정수입니다. 악마, 예수님, 세상. 그리고 예수님의 배후에 계시는 하느님과 성령. 게임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세상은 예수님과 한 편이었지만 열심히 악마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일생동안 하느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열심히 패를 던지셨습니다. 그래서 승승장구승리를 목전에 두셨습니다. 아니 끝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금 스톱해도 승리는 확실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 시점에서 스톱을 원치 않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못 먹어도 고! 끝을 보고자 하십니다.

 

이제 거의 판의 끝이 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께 12월 제월에 그것도 막바지에 쌀 것이 뻔한데도 비를 던지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주저하십니다. “아버지 안돼요, 싼단 말이에요. 그러면 고바가지예요.”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비를 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원하신 것이었기에, 아버지를 믿었기에. 비를 던지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쌌잖아요”

 

십자가 사건은 그 판의 실패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악마 쪽에 붙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팀을 팔아서라도 내가 살 수 있다면. 예수님의 완전한 독박입니다. 악마가 흉칙하게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고 있던 악마는 드디어 3점으로 났습니다. 그러나 악마도 스톱하지 않습니다. 싸논 비가 있는데 그 비만 먹는다면 아주 크게 독박 씌울 수 있는데. 3점에서 스톱할까 주저하던 악마는 크게 소리 지릅니다. 못 먹어도 고!

 

그 싸논 비가 다시 예수님께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그 상황에서 누가 알고 있었겠습니까? 오직 아버지 하느님만이. 물론 예수님께서도 알고 계셨겠지만 인간적인 두려움은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십자가의 실패와 부활의 영광.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완전한 신뢰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악마는 승리의 순간에 독박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독박을. 세상은 구원을 얻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으로. 우리는 그분께 배신을 했지만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배신의 죄를 묻지 않으시고 그 죄를 모두 악마에게 다 돌리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 편입니다. 같은 편이라면 나의 패도 예수님께 온전히 보여드려야 합니다. 아무리 또이 또이 패라고 해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리고 예수님께서 원하신다면 어떤 패나 다 던져야 합니다. 예수님만을 온전히 믿으며. 12월 제월에 쌀 것을 각오하고. 만약 시키는 대로했는데도 불구하고 졌다면 예수님께서 다 물어 주실 것입니다.

 

자신을 가지십시오. 힘을 내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고 계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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