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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4 아름다운 쉼터(최악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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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8-04 ㅣ No.470

최악의 선택(서진, ‘행복한 동행’ 중에서)

주변에 갑자기 회사를 그만둔 지인이 두 명이나 된다. 한 명은 직장 생활 5년 차에 싱글남이고 다른 한 명은 10년 차에 애가 둘이다. 둘 다 엔지니어로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업무로 가족을 돌보지 못하고 개인 생활이 없다는 고충을 쏟아냈다. 엔지니어에 대한 편견과 높지 않은 대우도 불만이었다. 요즘 세상에 번듯한 직장이 있는데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할 테지만 당사자들의 고통은 당사자들만 알 것이다.

나는 워낙 걱정이 많고 소심해서 중요한 결정은 뒤로 미루곤 했다. 그 결과 별로 관심이 없던 전자공학으로 박사과정까지 밟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건 아니다’ 싶어서 학교를 무작정 그만두고 미국을 여행하게 되었다. 무얼 다시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우습게도 비슷한 전공의 학교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다니거나 직장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부모님이 결코 좋아하지 않겠지만,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 결정 뒤에는 내 선택이 옳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의 실버레이크에는 내가 자주 가는 술집이 있었다. 친구가 바텐더로 있어서 값싸게 술을 마셨다. 손님은 주로 근처 사는 단골들이었는데 그중 한 노인과 술을 마시면서 나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네 선택이 옳은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최악의 선택은 그냥 견디고 살아가는 거야. 나를 봐, 이제는 새로운 선택을 할 시간도 남아 있지 않다고. 그런 선택을 하기에는 네가 젊지 않다고? 푸핫, 이것 봐. 너는 열두 번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 만큼 어려.”

그 말은 적잖은 위로가 되었다. 나는 소설가가 되기로 작정하고 외계인 소녀와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게 10년 전 일이다. 왜 그 노인이 내게 ‘어리다’고 했는지 지금은 알 것 같다. 나에게 상담을 요청한 두 친구에게도 비슷한 멋진 말로 조언을 해 주었다. 마치 내가 지어낸 것처럼 말이다. 최악의 선택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정말 늦었다고 생각해도 결코 늦지 않다. 두 친구의 선택에 박수를 쳐 준다. 성실한 친구들이니까 여행을 다녀온 뒤에 어떻게든 다시 잘해내리라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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