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성당 게시판

고 박석희 주교에게 영원한 안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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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섭 [wansub69] 쪽지 캡슐

2000-10-13 ㅣ No.2771

박석희 안동교구장 주교의 급작스러운 선종소식은 안동교구는 물론 한국 천주교회의 모든 신도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다지만 그렇게 예기치 않게 세상을 떠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주교로 서임 10주년을 지낸 후 사흘만에, 그리고 주교들의 대희년을 지낸 지 이틀 후에 듣는 비보여서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러나 역사 안에서 작용하시는 하느님 섭리의 손길을 믿는 우리는 박 주교 역시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른 것이라 믿으며 세상을 떠난 고인이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시기를 기도한다. 아울러 깊은 슬픔에 젖어있는 교구민들과 가족 친지들에게도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며 주님께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기를 기원한다.

 

고 박석희 주교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무엇보다도 진리의 수호자였다. 엄격한 유교 가문에서 태어난 고인은 진리를 향한 목마름에서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였고, 그 진리를 체현하고 증언하기 위해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제의 길을 갔다. 교구장 착좌 때 박 주교는 "진리에 머무르고 진리에 순종하는 사람만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질서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교구민들에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진리에 몸바치는 사람이 되자"고 당부했다.

 

그리스도의 진리에 대한 박 주교의 열정은 사랑과 정의를 위한 투신으로 계속됐다. 박 주교는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이른바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실천했다. 사회복지에 대한 깊은 관심과 가난하지만 땅을 사랑하는 순박한 농민들에 대한 뜨거운 애정은 지난 10년간 교구장으로서의 박 주교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인은 또한 생명의 존엄성에 바탕을 둔 사회 정의의 실현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사형폐지운동, 정보화사회에서의 윤리 확립에 앞장섰고, 공동선의 증진을 위해 심혈을 쏟았다.

 

이 모든 일과 함께 박 주교는 참으로 자상한 ’아버지’였다. 지위와 신분의 높낮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한결같은 미소로 대하면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착한 목자였다. 수단 자락을 펄럭이며 낡은 승용차를 손수 운전하면서 교구내 곳곳을 찾아 신자들을 만나 대화하던 박 주교를 기억하는 이들은 그에게서 양들을 찾아나서는 착한 목자의 모습을 보았다.

 

이렇듯 훌륭한 목자를 우리는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안동교구만이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 전체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는 슬프고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만사를 당신 뜻대로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받아들이면서 고인이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도록 기도하는 것이 지금 우리 모든 신앙인들이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주님 박석희 이냐시오 주교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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