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그는 이미 왔으나 사람들은 그를 제멋대로 다루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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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태 [gwingsun] 쪽지 캡슐

2000-02-19 ㅣ No.324

"그때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나서 예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에수님이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따로 데리고 가셔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하느님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이었겠지요. 눈이 뜨여서, 예수님이 새하얗게 번쩍이고, 구름 사이에서 하느님 목소리가 들리고, 모세가 모세로 보이고, 엘리야가 엘리야로 보이는 나라가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러니까 산에서 내려갈 생각도 안하고, 내 살 집 필요 없으니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랍비께, 하나는 모세에게, 하나는 엘리야에게 드릴" 생각밖에 안났겠지요.

 

그렇지만 구름이 걷히고 나면 세상은 그대로입니다. 모세도 없고, 엘리야도 없고, 더벅머리에 수염 기른 스승님만 있습니다. 하지만, 내려오는 길은, 그들이 올라가던 힘든 산길은 아니었을 겁니다. 아무한테도 본 것을 말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하느님 나라를 보고 나서 그들에게 보이는 것은 전과 다른 ’새 하늘 새 땅’입니다. 나중에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이 마실 잔을 마시고, 예수님이 받을 세례를 받겠다고 하면서까지 자기들을 나중에 예수님의 양 옆에 앉혀 달라고 청하지요. 베드로는 옆에서 웃고 있었습니다. ’짜식들, 열쇠는 내가 쥐고 있는데...’ 하면서요.

 

부끄럽습니다. 제자들은 단 한순간 하느님 나라를 겪고, 평생을 바쳤는데, 매일매일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이 주신 몸을 모시는 나는, 좀 아니거든요. 하느님이 본전 생각나서, 날 버리시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그리고, 엘리야 얘기가 나옵니다. 성서에 기록된대로, 예수에 ’앞서 와서 모든 것을 바로잡아 놓을’ 엘리야-세례자 요한-가 이미 왔었는데도, 사람들은 그를 제멋대로 다루었습니다. 예수님만이 요한이야말로 "여자에게서 태어난 사람들 중에 어느 누구도 그보다 크지 못한" 이라는 걸 아셨지요. 하긴, 예수님을 알아보고, 구세주로 믿고 따른 사람도 얼마 안됩니다. 마리아님 배 안에 있는 예수님을 알아본 엘리사벳, 성전에서 예수님의 미래를 예언한 시므온, 예수님과 하루를 함께 지내고 시몬 베드로에게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라고 마한 안드레아, ... 꽤나 많군요...

 

내가 그 중의 한명이 되기를, 지금도 내 옆에서 나를 부르고 계신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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