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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julli76] 쪽지 캡슐

2000-12-09 ㅣ No.2197

스물아홉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크리스마스!

 

소설『29세의 크리스마스』는 이삼십대 젊은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일본의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른 즈음의 나이로, 뭔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해야만 하는 상황에 접한 평범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우연치 않게 시작된 여자 두 명과 그녀들의 마음 착한 남자친구의 기묘한 공동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재미있는 사건들은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나 서른을 눈앞에 둔 여자들의 리얼리티를 완벽하게 캐치해낸 에피소드와 팍팍 튀는 대사들은 독자들에게 ’맞아, 맞아’를 연발하게 하는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소설『29세의 크리스마스』는 스물아홉 살이라는 나이를 힘겹게 넘어내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왜 하필 이 소설의 주인공 노리코의 나이는 29살일까. 서른이라는 나이의 문턱에 올라서 있는 이 시대의 여자들에게는 늘 막연한 불안감이 뒤따른다. 그들은 서른이 되기 전에 시집을 가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 혹은 이제는 부모님에게서 독립을 해야 하지 않을가 하는 초조감, 그리고 바짝 쫓아오는 신세대 후배들의 도전에 뒤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 그러나 20대의 마지막을 치닫고 있는 모든 여성들이 그 불안감에 그냥 주저앉지는 않는다. 이 소설의 주인공 노리코는 입술을 깨물며 멋진 삼십세로의 출발을 다짐한다. 바로 거기에 지금의 우리가, 혹은 그렇게 삼십세를 넘겨온 지금의 여성들이 있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소설 <29세의 크리스마스>에 진한 사랑과 공감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스물아홉을 맞은 생일날 아침, 주인공 노리코는 아침에 자신의 머리에서 원형 탈모를 발견하고, 낮에는 직장에서 좌천당하고, 그리고 밤에는 3년 동안 사귄 애인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는 인생 최악의 생일을 맞이한다. 여기서 원형탈모는 왠지 뜬금없고 우스꽝스럽지만, 결국 스물아홉의 노리코가 이제 꽃다운 젊음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일종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스물아홉, 어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이 먹었다고도 볼 수 없는 그 스산하고 가슴 서늘한 나이에 노리코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 노리코와 그녀의 친구 아야는 여느 멜러물의 주인공들처럼 가녀린 어깨를 들썩이며 구슬 같은 눈물로 동정심이나 유발해내는 그런 종류의 여자가 아니다. 오히려 여자 때문에 괴로워하는 그들의 마음 착한 남자친구 신타니에게는 강한 엄마가 되어 주기도 하는 씩씩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유난히도 힘들게만 느껴졌던 스물아홉 해를 보내며 맞이한 크리스마스! 그래서인지 그들의 크리스마스가 유독 아름답게 느껴진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악전고투하며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대사와 행동으로 일본의 동 세대 여자들에게 강렬한 지지를 얻어낸 소설『29세의 크리스마스』. 작가 카마타 토시오의 경쾌한 문장과 생생한 캐릭터 묘사가 우리 독자들에게도 후련하면서도 애잔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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