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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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2-24 ㅣ No.2144

사순 제2주일(가해. 2002. 2. 24)

                                              제1독서 : 창세 12, 1 ∼ 4a

                                              제2독서 : 2디모 1, 8b ∼ 10

                                              복   음 : 마태 17, 1 ∼ 9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여러분은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하십니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힘들고, 피곤하고, 일이 잘 안되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디로든지 떠나고 싶어합니다.  지금의 삶의 자리에서 벗어나 조용히 생각하고, 쉬면서, 새로운 힘을 얻고자 합니다.  그래서 산도 가고, 바다도 가고 합니다.  그러나 떠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떠나면 혹시 그 자리에서 짤리지 않을까?  아님 더 잘하는 사람이 나타나 나를 밀어내지는 않을까? 하는 온갖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 걱정이 더 스트레스가 됩니다.

 

  오늘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은 75세라는 나이에도 하느님의 뜻을 따라 떠납니다.  자신의 삶의 자리이며 안정된 삶을 살던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납니다.  그저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리라.  너에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떨치게 하리라.  네 이름은 남에게 복을 끼쳐 주는 이름이 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네 덕을 입을 것이다"라는 이 말만 믿고 떠났습니다.  흐르던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썩는다고 합니다.  우리의 삶도 그 자리에서 너무 오래 머물러 있으면 타성에 젖어서 구태의연해지고 새로운 것의 도전에 두려워하고 그냥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합니다.  특히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의 도전의식은 점점 사라지고 편하고 안정된 삶을 찾게 됩니다.  새로운 느낌을 얻는 다는 것은 거의 생각도 못합니다.  75세라는 나이는 우리에게 경험이 풍부한 존경하는 분이라는 소리를 듣게 합니다.  모두가 존경하고 대우해 드리려합니다.  그러기에 더욱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떠나기가 힘듭니다.  우리도 가끔 연세 드신 분들이 젊은이들처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워합니다.  아마 젊은 사람들이나 연세 드신 분들이나 모두 나이에 집착하여 자신의 삶을 테두리 지어 버리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하여튼 새로운 그 무엇에 대한 도전은 우리에게 희망과 놀라움을 줍니다.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분명 어떠한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아브라함이 75세라는 나이에 자신의 것을 다 버리고 과감히 불안한 삶을 택하여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은 죽음도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극복하게 합니다.  그 믿음은 모든 것을 다 내어 맡길 때 가능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을 데리고 산에 가십니다.  제자들이 믿고 있는 것이 어떤 영광스러운 것인가를 보여 주십니다.  바로 해와 같이 빛나고 빛과 같이 눈 부시는 영광입니다.  모두가 함께 살고 싶어하는 그러한 삶의 자리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괜찮으시다면 제가 여기에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에게, 하나는 엘리야에게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며 두려워하는 제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모두 일어나라"라고 하시며 그들을 어루만져주십니다.  하느님을 따른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앞섭니다.  점장이들이나 무당들이나 신문에서 미래에 대한 운세를 말하는 것처럼 확정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따르는 삶은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이 없습니다.  그저 하느님만을 믿을 뿐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에게 약속하십니다.  당신이 함께 있을 것이며, 당신을 따르는 이에게 복을 주실 것이라는 것을.

 

  과감히 우리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우리의 타성에 젖은 삶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을 가져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사순시기 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습관에 빠져 타성에 젖어 지내지 말고 과감히 습관을 벗어나도록 용기를 내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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