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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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3-02 ㅣ No.2151

사순 제3주일(가해. 2002. 3. 3)

                                               제1독서 : 출애 17, 3 ∼ 7

                                               제2독서 : 로마 5, 1∼2. 5∼8

                                               복   음 : 요한 4, 5 ∼ 4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벌써 봄이구나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날씨입니다.  벌써 봄이라니 하는 아쉬움도 남아 있고, 춥고 기나긴 겨울을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 하고 걱정하는 이들에게는 이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해진 날씨입니다.

 

  "하루는 어떤 스승이 길을 가고 있는데 술에 만취한 한 술꾼이 이성을 잃고 진창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그에게 '조심하시오!  거긴 진창이오!'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그 술꾼은 되려 '충고는 고맙소.  하지만 나는 오히려 당신이 걱정되는군요'라고 되받아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스승이 '그게 무슨 소리요?'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술꾼이 '나야 빠져도 내 한 몸 버리면 그만이지만 당신은 어떻소?  당신이 빠져 버리면 덩달아 당신 제자들까지 똑같이 빠져 버릴 게 아니겠소?'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신앙 생활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자신의 욕심이 채워지길 바라면서, 자신의 출세나 그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 신앙 생활을 합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기대와 다르거나, 자신의 욕심이 채워지지 않거나, 출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하느님과 멀어지고 신앙생활도 하지 않게 됩니다.  미사에 나오는 것은 둘째치고 기도도 하지 않고 신앙을 가진 이들을 향해 못된 말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 제1독서 출애급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목마름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들을 노예생활에서 자유를 주고 생명을 주신 하느님을 믿지 못하고 과거의 노예생활을 그리워합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의 일을 하는 모세에게 달려들어 "어쩌자고 우리를 에집트에서 데려 내 왔느냐?  자식들과 가축들과 함께 목말라 죽게 할 작정이냐?"라고 하면 불평을 터뜨립니다.  불안한 모세는 야훼께 "이 백성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하고 부르짖습니다.  구원을 청하는 모세에게 야훼께서는 은혜로운 도움을 약속하십니다.  모세에게 하느님은 늘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이시기에  우리 인간을 떠나 계셔 본 적이 없는 분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까?  저 이스라엘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편의와 기분에 따라 야훼 하느님을 시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 소외 받은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들, 약물중독자 또는 어떤 종류의 상처든 상처를 갖고 사는 사람들을 만날 때 우리는 그들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의 마음속에 현존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모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마치 어머니의 마음이 항상 자식이 있는 곳에 가 있듯이 우리의 마음속에 함께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는 우리는 자유롭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느님의 일을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는 우리는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야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사랑이시기에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의 일을 언제나 돌보아 주시고 계십니다.

  우리는 이 일 저 일에 쫓기다보면 우리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우리의 마음의 우물은 메말라 갑니다.  삶에서 오는 갈증의 해소는 바로 이 마음의 우물을 채울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합니다.  메말라 가는 우물에 두레박을 드리우고 있지는 않습니까?  복음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인처럼 영원한 생명의 물을 주시는 분을 앞에 두고 멀리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삶의 모범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함께 우리와 계시고, 예수님의 도움으로 구원을 얻었으며, 그래서 자유로운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삶은 자유로운 사람의 삶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자유로움을 통해 세상의 모범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술꾼의 잘못의 영향은 그 술꾼으로 그치지만, 스승의 잘못의 영향은 그를 따르는 많은 이들에게 미치듯이 우리의 삶의 모범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믿음으로 살아갈 때, 물이 없어 갈증으로 시달리는 모두에게 목을 축여주는 기쁨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곳을 떠나면서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기에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하느님께서 올바르게 이끌어 주실 것임을 알기에 자신 있게 떠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믿음 속에서 언제나 만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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