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아름다운 두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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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우 [lyw] 쪽지 캡슐

2000-09-02 ㅣ No.3439

누나와 저는 일찍 부모님을 여위고 거친 세상을 힘겹게 살아왔습니다. 중학교 중퇴가 고작인 누나는 택시기사로 일하며 내 공부 뒷바라지를 하느라 시집도 가지 못하였습니다.

누나는 승차거부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노인이나 장애인이 차에 내리면 헤드라이트로 어두운 길을 밝혀줍니다. 누나는 파스칼이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남모르는 선행이 가장 영예롭다는 파스칼의 말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누나가 중앙선을 넘어온 음주 운전 덤프트럭과 충돌해 두 다리를 못쓰게 되었습니다. 나와 결혼을 앞두었던 여자는 누나와 같이 산다면 자신이 없다며 누나와 자신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최후의 통첩이었습니다.

실연의 아픔에서 벗어날 때쯤의 어느 날 오후, 누나가 후원하는 고아원을 방문하기 위해 누나와 외출하게 되었습니다. 한 시간이 넘도록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휠체어에 앉은 누나를 보고는 그대로 도망치듯 지나갔습니다. 어둠이 깔리는 때가 되자 분노가 솟구쳤습니다.누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그 때 택시 한 대가 우리 앞에 멈추더니 갑자기 차 뒤편의 트렁크가 열렸습니다. 기사는 여자였습니다. 고아원에 도착한 시간은 캄캄한 밤, 휠체어를 밀고 가는 동안 여기사는 헤드라이트로 길을 환히 밝혀주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아름다운 두 여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나는 그 여자기사와 결혼하여 누나와 함께 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따뜻한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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