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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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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bs.nate.com/files/bbs/images/general/life03_n/19/17[20040904122011].jpg) 국화 분.
세상의 길로
들어서지 못한 채
엇갈린 길로만
외롭게 떠돌더니
이제야
길 모퉁이에 앉아
지나가는 세월 바라보는
너의 두 눈에
깊어가는 가을만
하나 둘 쌓인다.
그 세상의 길도
애초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네 걷던 길위에
짓무른 아픔 내려 놓았어도
높디높은 하늘은
펄럭이는 비닐 조각처럼
언제나 하얗었다.
새벽을 찾던
사람들의 눈길이 어두워지는
텅 빈 밤
살며시 초록 빛 털어내며
일어서는 수락산을
깊은 꿈속에서도 보았으나
그래도
들길을 깨우던 차디 찬 이슬과
강변에 가랑비처럼 내리던 별 빛으로
온 몸 적시고
마른 기침에
잠 못 이루던 옛날이 있어
밤새도록
싸늘한 바람 마주하며
그리운 것은 목놓아 불러보고
잊혀진 것은 애터지게 그리워 하였던 너였다.
슬픔이 마를까
날 마다
쉰 목소리로
꿈결 같은 삶의 노래 부르더니
오늘 아침
소리 없는 네 미소로
유리 창에 스멀거리던
눈 부신 햇살이
노오랗게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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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Who are 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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