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동성당 게시판

감사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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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희 [jin781110] 쪽지 캡슐

2000-04-08 ㅣ No.759

용모가 몹시 추해서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여인이

여행을 떠났습니다.

어느 날, 날이 저물자 그 여인은 밤을 지샐 곳을 찾아서 이집 저집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추한 얼굴과 남루한 옷차림을 보고, 야멸차게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마침 그날은 매섭게도 추운 밤이었습니다.

불쌍한 그 여인은 끼니도 거른 채, 야산의 한 나무 밑에 겨우 몸을 기댈 곳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밀려드는 허기와 추위 때문에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외로웠습니다. 그 여인은 춥고 배고픔보다 더욱 뼈 속 깊이 파고드는 고독감 때문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때론 소리 죽여 흐느끼는 그녀의 곁으로 들짐승들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살풋 잠이 들었던 그녀는 밤부엉이의 울음소리에 놀라 잠을 깼습니다.

아, 바로 그때! 그 여인은 볼수가 있었습니다. 고고한 달빛을 받으며 피어난 매화가 방금 막 봉오리를 터뜨린 것을 말입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곤 자신을 쫓아낸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마을의 어느 누군가가 자신을 받아주었다면, 저 활짝 핀 매화와 달빛의 속삭임은 결코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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