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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 기적? (치릴로, 메토디오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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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02-14 ㅣ No.975

2000, 2, 14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복음 묵상

 

 

마르코 8,11-13 (하늘의 기적을 요구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와서 예수의 속을 떠보려고 하느님의 인정을 받은 표가 될 만한 기적을 보여 달라고 하면서 말을 걸어 왔다. 예수께서는 마음 속으로 깊이 탄식하시며 "어찌하여 이 세대가 기적을 보여 달라고 하는가!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세대에 보여 줄 징조는 하나도 없다."하시고는 그들을 떠나 배를 타고 바다 건너편으로 가셨다.

 

 

<묵상>

 

  예수님 근처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도 그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러기에 이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행하신 수많은 기적들을 모를 리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예수님께 기적을 요구합니다. 하느님의 인정을 받은 표가 될 만한 기적 말이지요.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의 기적을 분명히 보았지만, 그것을 하느님의 기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수님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예수님의 기적은 곧 하느님의 기적이었습니다. 또 다른 하느님의 기적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다른 기적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어찌하여 이 세대가 기적을 보여 달라고 하는가!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세대에 보여 줄 징조는 하나도 없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예수님의 이 말씀이 이렇게 들립니다. "이 세대가 기적을 보여 달라고 하는데, 어떠한 기적을 보여주어도 너희는 볼 수 없다. 아니 너희는 보지 않으려고 한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셨다는 것처럼 결정적인 하느님의 기적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답답한 바리사이파 사람들 그들은 기적을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 예수님께서 매일 성체 성혈로 우리에게 오시는 것처럼 커다란 기적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무엇을 찾아 애쓰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몇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한 신자분이 신부님께 찾아와 거액(?)의 미사 예물을 드리며 대학 입시를 치르는 자녀를 위해 미사를 드려달라고 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미사 예물을 사양했지만, 그 신자분은 정성껏 미사를 드려달라는 뜻이니 받으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그 신자분이 몹시 격앙된 표정으로 신부님께 다시 찾아와서 미사예물을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자녀가 대학에 떨어졌고, 그것이 미사를 정성껏 드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만, 비단 이 신자분 만이 아니라 많은 신자분들이 참된 기적을 보지 못하고, 엉뚱한 기적을 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요즈음 매일 작은 기적을 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청년들이 새벽미사에 나오는 것이지요. 벌써 열흘 정도 되어갑니다. 신자가 새벽미사에 나오는 것이 뭐가 기적이냐고 할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저는 우리 본당 청년들 안에서 이루시고 계시는 성령의 업적을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도구가 되어 기적을 이루어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왜냐하면 이 청년들을 통해 저 뿐만 아니라 본당의 다른 많은 교우들도 신앙 생활의 활기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적은 별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것을 믿음을 가지고 기적으로 받아들이냐 아니면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매일 기적을 보면서 기적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기적들을 볼 수 있으면 합니다.

 

  세상의 논리에 휘말려, 보다 거창하고, 획기적이고, 놀랄만한 것을 쫓아 '기적'을 요구하는 어리석은 모습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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