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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가족(연중 8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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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02-29 ㅣ No.1219

2000, 2, 29  연중 제8주간 화요일

 

 

마르코 10,28-31 (백 배의 상)

 

  그 때에 베드로가 나서서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또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의 축복도 백 배나 받을 것이며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묵상>

 

  며칠 만에 묵상을 올립니다. 변변치 않은 내용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이 글들을 읽어주셨던 벗들에게 죄송합니다. 조금은 게을러졌나 봅니다. 오늘부터 열심히 복음 묵상을 다시 나누겠습니다.

 

 

  제가 집안 일에 신경을 쓰게 될까봐 집에서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저 역시 집에 거의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지금 제게 주어진 주님의 일을 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집에서 전화가 오면 반가우면서도 왠지 순간적이나마 불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無消息(무소식)이 喜消息(희소식)'이라는 말처럼, 뜸하게 연락이라도 올라치면 가족들에게 무슨 안좋은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안좋은 소식을 들은 적은 한번도 없지만 말입니다. 아무래도 떨어져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며칠 전의 전화에서 어머니께서는 3월1일이 공휴일인데 시간을 좀 낼 수 있냐고 물어오셨습니다. 제가 이곳에 부임한 후에 한번 찾아오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차일 피일 미루어 오고 있던차에, 주일이 아닌 공휴일이니 가족들이 점심 식사라도 함께 하고, 제가 사는 모습을 한번 구경하고 싶으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주일날은 제가 무척 바쁘기 때문에 편안하게 부모님과 형, 동생 식구들을 초대할 입장도 못되고, 3월 1일이 모처럼 식구들이 함께 하기에는 참 좋은 날이긴 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형과 동생 내외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식구들을 초대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 내일(2,29-3,1) 주일학교 교사들(초중고 전체) 모꼬지(M.T.의 순우리말)가 있고, 내일 오후에는 사랑하는 후배 정지원 신학생의 시종직수여 미사가 있기 때문에 대신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께서 무척 아쉬어하셨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물론 어머니께서도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으셨다는 눈치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문득 며칠 전 어머니와 했던 통화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을 갖지는 못하지만, 예수님께서 또 다른 행복, 어쩌면 더 큰 행복을 주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주님 안에서 함께 하는 사랑하는 가족을 주님께서 제게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 행복은 단지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를 통해 제 부모님과 친형제들 역시 많은 가족을 만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기에 부모님이나 형제들도 내가 느끼는 행복을 함께 느끼리라 믿고 싶습니다.

 

  모든 분들이 그러하시겠지만, 저 역시 부모님과 친형제들과 조카들을 사랑합니다. 부족한 제가 주님을 부르심을 받고 사제가 될 수 있도록, 그래서 더 많은 주님의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고 함께 해 주셔서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위해서 또 복음을 위해서 가족을 떠날 때, 그것이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더욱 완전한 만남과 하나됨이라는 은총으로 다가온다는 것, 인간적으로 맺어진 작은 울타리를 허물어버릴 때, 주님의 넒은 울타리 안에 모두가 하나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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