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과 우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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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준 [chrysostom] 쪽지 캡슐

2000-04-12 ㅣ No.1363

안녕하세요.

 

정현준 신학생입니다.

 

오늘 드디어 1년 반 동안(3학기) 보아 온 종합시험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이 종합시험은 지금까지 배운 모든 과목을 정리하는 것으로서 철학, 신학, 성서 등 모든 분야를 다루는 시험입니다. 다들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계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신학교의 종합시험은 신학교 안에서도 제일 힘든 시험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오늘 실천 신학을 보았는데 의외로 쉬운(제가 열심히 한 부분이 나와서인지) 문제가 출제 되었습니다. 아무튼 종합시험 준비를 하면서 나름대로의 사순의 의미를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이곳 낙산의 아름다움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였으니까요. 이곳은 지금 노란색의 개나리 숲, 밤에도 자신의 결백을 나타내는 목련의 자태, 항상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진달래 등으로 황사로 인한 시야의 답답함을 깨끗이 씻어주고 있답니다.

 

사람은 계절의 변화를 물론 기온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각적인 효과를 중요시 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여러 종류의 꽃을 보면서 마음의 넉넉함을 갖게 되고 따뜻한 정으로 주위의 모든 이들을 대하게 됩니다.

이와같이 사람은 변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신앙 생활에서도 어떤 고정된 틀이 아니라 새로움을 추구하게 되지요. 그래서 기도를 해도, 미사에 참여하여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느끼면서도, 항상 똑같은 모양으로 다가오시는 그리스도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실 때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사순시기가 되면 교회에서는 절제와 희생 그리고 나눔에 대해서 강조하는 것도 늘 그렇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항상 같은 방식으로 같은 모양으로 다가오시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주면서 우리를 당신께로 이끄시기 위해 다가오십니다. 이러한 변화를 느끼는 사람은 주님께 진정한 기도를 통한 은총을 받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순시기인 오늘 우리는 변화를 주면서 다가오시는 주님을 느껴봅니다. 그런데 우리의 죄 때문에 고통을 당하신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면 괜히 얼굴을 찌푸리게 됩니다. 자신의 나약함, 죄스러움 그리고 주님의 힘듦을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는 이 묵상을 통하여 그분께서 이러한 고통을 왜 받으셨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위하여 이러한 고통을 당하셨는데 우리가 찌푸린 얼굴을 다른 이들에게 보인다는 것은 그분의 뜻을 저버린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분은 우리들을 사랑하시고 또한 그 사랑을 우리 서로가 나누어 가지기를 원하셨기 때문에 그러한 고통을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사순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요즈음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 즉 가족, 회사, 학교 등에서 그전보다는 환한 표정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시험이 끝나고 텅빈 마음으로 쓰다보니 내용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잊지 않을 것이 하나 있습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임으로써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주님의 수난의 고통에 동참한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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