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인쇄

정말자 [noans] 쪽지 캡슐

2000-04-12 ㅣ No.1365

  세상 구경

어제 또 수락산에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동일 꿈나무들이 산행을 가는데 내가 가고 싶은 곳을 포기하고 선생님의 도우미로 따라 갔다.

일주일 전보다 훨씬 진달래가 많이 피어 산이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시원한 바람은 여전히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클리닉 해주며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이들 덕분에 운동도 하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힘든 줄 모르고 잘 다녀 왔다.

그런데 문제는 집에 와서 일어 난 것이다.

"어이구 허리야, 어이구 어깨야, 아이구 다리야."

남편은 시원한 파스라며 붙여주지만 오히려 차갑고 춥게 느껴지면서 몸살이 오는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니 이건 모두다 사순 희생병을 자초한 내 탓이구나 느껴진다.

선생님과 함께 간다는 것이 나로서는 긴장도 되었지만 그것보다 첫 새벽 일어나  도시락 준비부터 바쁘기도 했고 또 혹시나 하고 챙긴 카메라며  보온병에 준비한 커피와 찬 음료수와 물과 과일 또 주먹밥까지 나 혼자 먹을 양보다 2배 이상 준비한 것은 모두다 혹시나 하고 함께 먹으려는 사랑병+희생병이었다.(보통 내가 가고 싶어 갈 때는 물도 안 가지고 가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두어 시간이면 돌아 오는데)

그렇게 준비해온 것 외에 선생님의 도시락으로 싸 보낸 임원엄마의 솜씨가 담긴 가방이 하나 더 있었다.

함께 간 어머니와 교대로 들고 가 자며 학교를 나섰다.

그러나 중간중간 쉴 때마다 만난 그 어머니는 들고 오느라 수고했다는 말뿐 자기가 들고 가겠다는 말은 한번도 안했으며 나또한 들어 달라는 말은 안 했다.  결국 난 다 먹고 난 빈 가방까지 끝까지 들고 다녀 왔다.

산에 오르기를 좋아하는 나 이지만 오늘은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 하는 아이들은 몰고 오르면서 더군다나 등에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손에도 들고 그렇게 멀리 5시간 걸리는 코스 (학교-수락현대아파트-영원암-덕성여대생활관-학교)를  강행하는지는 전혀 생각을 못했던 것이었다.

 

저녁에 남편에게 하는 말

"아이구 그래도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아무리 해도 그렇게는 안 했으리라고 생각해.

우린 매일 듣고 보는 것이 선행이니까.

어쩌면 여자가 그럴 수 가 있을까?"

얘기를 듣고 남편은 씨익 웃고 말았지만 난 생각했어요.

우리 신자들은 모두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며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구요.

만약에 그 어머니가 영세를 한 신자였다면 빈 말이라도 내가 들고 가겠다는 말 한 마디 안 했을 것 같애요?

더구나 부활을 준비하며 희생, 선행을 앞 다투어 해야 할 시기에 ... 히히히

그러나 그이는 자기만 편하면 된다는 짧은 생각 때문에 속으로 생각만 했을 뿐 입 밖으로 내 놓지 않았던 것은 내가 자기보다 건강해 보여서 라기 보다는 희생병과 사랑병이 천국행 티켓을 받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늘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그리스도 안에서만 옴지락 거리며 살다가 세상 구경하러 가면 꼭 이렇게 한가지씩 경험하게 되더라구요.

 

주님! 어서 빨리 당신의 사랑이 온 누리 믿지 않는 모든이들에게 전염병처럼 번지게 하시고 작은 사랑 실천으로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기쁜 마음으로  앞장서게 하소서.   - 아멘 -

 

푸욱 쉬고 나서 다시 싱싱해진 사람이

 



3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