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피서지에서 생긴 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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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5-08-02 ㅣ No.3554

강원도 강릉교외에 있는 안목 해수욕장에 친구들과 피서를 갔던 지난 해 얘기다.

 

강릉시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안목해수욕장은 근래에는 많은 인파로 붐비는 곳이지만 우리 친구 일행이 처음 그곳을 알고 찾았던 1995년만 해도 한가한 어촌에 불과했다.

그때부터 정붙여 해마다 그곳에 내려가서 민박을 했던 터라 그곳 토박이 어르신들은 우리일행에게는 특별 배려를 해 주시기도 했다.

1997년부터인가 방파제 시설을 해서 이제는 제법 해수욕장다운 면모를 갖추고 모텔도 여러 집 들어섰지만 예전의 한가한 어촌, 안목부두의 정경은 추억속의 한폭 그림으로 내 기억에 각인돼 있다.

 

금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지만 안목해수욕장은 기이하게도 7월 30일부터 8월3일 또는 4일까지, 약 1주일간 오후 3시쯤만 되면 멸치떼가 하얗게 방파제에 부딪혀서 은빛 비늘이 반짝반짝하는 매우 드문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파도에 떼밀려 멸치떼가 방파제로 올라갔다가 파도쳤던 바다물은 빨리 흘러서 빠지고 멸치떼는 경사진 방파제 시멘트바닥을 팔딱팔딱거리며 튀어 내려오는데 누구든지 손이나, 그물(아이들 고기잡는 반도)을 사거나 빌려서 들고 나가면 약 5분에서 7분정도 계속해서 파도에 떼밀렸다가 내려오는 생 멸치를 얼마든지 쉽게 잡을 수 있다. 심지어 우산이나 양산을 거꾸로 잡고 멸치를 잡는 이들까지도 있으니 말이다.

 

현지 주민들의 말을 빌리면 약 10여년전부터 정확히 7월말이나 8월초(음력에 의한다는 분도 계시지만)에 꽁치떼에 쫓긴 멸치떼가 부두쪽인 내해까지 쫓겨왔다가 파도에 떼밀려서 하얗게 백사장이나 지금은 방파제에 올라 앉는다는 설명이었다.

 

친구와 단 둘이서 멋 모르고 방파제에 나갔다가 머리에 쓴 메꼬 모자로 잡은 멸치가 왕우동 라면그릇 반은 됐으니 다음 날은 2천원을 주고 반도를 빌려서 그 시간을 기다려 등산냄비 한가득 생멸치를 잡아서 소금으로 간을 하고, 끓는 물에 삶아 카렌더 종이 뒷면에 널어서 민박집 마당에 쪼이는 햇볕에 말렸더니 2일만에 완전히 맥주안주가 되는 데 그 기막힌 맛이란!!!!!.....

 

다음 날은 비가 와서 모두들 방안에 들어앉아 동양화공부를 했는데 그날이 주일이었다. 114에 문의해서 강릉 시내에 있는 성당을 알아보고나서 억수처럼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버스를 타고 성당으로 갔더니 미사참례자중 3분의 1은 품새가 피서객들인 것 같았다. 반바지차림에 슬립퍼, 또한 승용차들을 몰고와서 성당 앞이 온통 법석을 이루고 있었다.

"티내지 말고 그냥 고스톱이나 치자"는 친구들을 뿌리치고 내 딴엔 긴 바지 차림에 긴 소매옷을 입고 점잖게 우산을 받치고 갔지만 워낙 빗줄기가 세어서 아랫도리가 흠뻑 젖어서 나역시 헌금봉헌을 하러 나갈 때나 성체를 영하러 나갔을 때는 둘둘 말아올린 반바지 차림이었으니 누구를 탓하랴.

염치도 없고 하여 겨우 생각한다는 것이

"예수님은 이 더위에 피서 안 가십니까? 제가 고속버스비는 보태 드릴 게요"하면서 나로서는 거금인 3만원을 헌금함에 넣고 성체를 영하고,  미사를 마치고 다시 빗속을 뚫고 버스를 타고 돌아와서 멸치를 넣고 끓인 라면으로 점심을 한 후에 다시 고스톱 판에 붙어 앉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쓰리고를 안하나, 광박 피박 씌워서 오빠오빠를 안 하나....

3,5,7,9 ..........2천원 3천원 4천 5천원 판에서 상한선 3만원을 무려 예닐곱 번씩.....이건 완전히 내 판이나 다름 없었다.

그날 무려 2십7만원을 따서 공동경비 쓰자고 12만원 개평 내고 15만원을 인 마이 포켓 했으니...........아이구, 그 안목해수욕장의 즐거운 추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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