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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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voice] 쪽지 캡슐

2000-07-31 ㅣ No.1765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 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 때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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