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날개가 다시 돋은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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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cary] 쪽지 캡슐

2000-01-24 ㅣ No.286

  어제 오후 우리 일당은  ’CATS’가 하도 유명한 뮤지컬이라기에 세기를 넘겼을 망정 보기로 했죠.  엔젤 성가대를 육칠 년씩 한 몸이라 우리도 한노래 하잖아요. 바다 건너 남의 땅에 가서 기 안 죽고  공연하려면 이 정도는 수준을 높여야 할 것도 같구요.

  다리를 한일자로 벌렸다 몸을 시옷자로 꺾었다 온갖 재주를 다 부리면서 끝까지 지치지도 않고 노래하더군요. 그 양반들이야 원래 밥먹고 하는 게 노래하고 춤추는 일일테고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타이츠를 입고도 자신 있는 것은 나이가 받쳐 주는 탓이니 별로 괘념치 않았죠.

  전날 첫 연습을 마치고 마음만으로 노래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터라 공연 내내 우리 ’날개 접었던 천사들’ 생각을 많이 했답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구요. 베이스 솔로 하는 남자 목청이 너무 멋져 훔쳐오고 싶더라구요.

  공연 마치고 나와 입을 맞춰 보니 모두 같은 생각을 했더군요. 하지만 어떤 일이든 하려고 마음을 먹고 보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엄청나게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죠. 너무 모자라 두렵기도 하고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긴 세월을 뛰어넘어 마음을 맞추는 우리 모습 하느님 보시기에도 예쁘지 않겠어요?

  지휘자님 너무 고생하실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우리 연습 열심히 할게요.

 

  사실은 공연 끝난 후 막달레나 병문안 갈까 했는데 밤이 무서운 우리는 그냥 집으로 오고 말았답니다.

  야고보 형, 막달 미안! 쏘리!

                 헤어진 다음날, 까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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