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사랑이 아니라,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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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Domi25] 쪽지 캡슐

1999-10-26 ㅣ No.980

 

 한 달 동안의 꿈은 내 죽는 날까지 잊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문득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주저앉아 애처롭게 통곡하고 말지만.

 

 모든 것의 끝이 이런 것이라면, 난 시작이라는 것을 멀리하고 싶다.

 

 너무나 우습고, 허탈하며, 이런 나를 보는 것이 더욱 처량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은 이 곳의 탈출구도 결국은 다른 시작일 뿐이었다.

 

 나를 모르는 이들이 내게 무책임하다 말한대도 난 할 말이 없다.

 

 또 다시 눈물이 내 시야를 흐린다.

 

 난 앞으로 살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건 너무 괴로운 일이다.

 

 행복을 꿈 꾸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내가 행복을 꿈꾸는 것이 그토록 잘못 된 일일까?

 

 나에게 사랑이 아니라 , 삶이란 어떤 것인지 가르쳐 준 사람. 나는 삶을 배우면서

 

 내가 그 동안 살았던 삶은 삶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또 다시 귓전에 맴돈다. 그 사람의 눈물도, 담배향도. 손놀림도.

 

 눈빛도, 자동차 기아 위의 내 손.그리고 그 위에 그의 따스했던 손. 그의 향기도,

 

 함께 듣던 음악도, 내가 받은 선물도, 준 선물도, 그리고 기다림도, 함께 갔던 곳도,

 

 쓰러진 그의 모습도,방황하던 그의 생활도.... 내가 그걸 잊을 수 있을까?

 

 그리고 또 다시 혼자가 된 내가. 외로움을 이토록 소름끼치리만큼 두려워하는 내가

 

 앞으로 살 수 있을까. 삶의 맛을 본 내가 ,삶이 아닌 삶을 어찌 방관할 수 있을까?

 

 침대 이불을 뒤집어쓰고 우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당분간은 그게 최선일 것 같다.

 

 

 

 이 글을 읽은 분들께 내가 간절히 부탁한다. 아무것도 묻지 않기를.

 

 그 사람에 대한 어떤 것도 묻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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