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RE:980]춘천가는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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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필 [sunfeel] 쪽지 캡슐

1999-10-27 ㅣ No.987

분자생물학회가 끝나고 문득 춘천으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한동안은 "늘"이기도 했던..) 찾아오는 터무니 없는 방랑벽이 도진거지.

 

한창 유학준비중인 오랜 친구를 꼬드겨서 간만에 경춘가도를 달렸다.

 

지난주 횡성에서 묘목을 키우던 친구를 찾아가면서 보았을때만 해도 아직푸르던

 

산들이 일주일사이에 울긋 불긋 색동옷으로 갈아 입었더군.

 

친구와 두런두런 야그를 나누는중에 한동안 말이 없는 친구를 힐끗 쳐다 보았더니

 

간밤에 과한 술탓에 밀려오는 졸음을 참을 수 없었던지 운전중인 난 아랑곳하지

 

않고 꿈나라 여행중인거 있지. 그것도 코까지 골아가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길을 7년 가까이 지나다녀서인지 왠지 고향가는듯한 포근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서울로 올라오면 잠을 설치곤 했으니까.

 

 문득 세희 생각이 났다. 이틀새에 수많은(....) 분들이 위로해 주셨군.

 

아무것도 묻지말라한 때문에 이런 위로마저 부담스럽다.

 

시간이 약일수도 있고, 주님이 도와주실 수도 있겠지.

 

후자는 글쎄...하느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가운데 하나는

 

선악과를 선택할 수있도록 만든 "자유의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것은 결국 자신이 결정하고 이겨나가야 하는거 아닐까.

 

 또는 다른 사람의 위로내진 경험담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세희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긴 절망끝에 희망이 보일때 그때까지 다들 참고 기다려 주리라 생각한다.

 

어떤사람은 덤불속의 가시가 무서워 꽃에 손을 내밀지 못하면

 

영원히 향기는 맡을 수 없다고 했다.상처를 감내하고 꽃을 꺽듯

 

사랑을 구하려 할때 때론 상처를 입기 마련인거다.

 

상처의 딱지가 보기 싫다고 자꾸 건드리면 곪기 마련이지.

 

참고 기다리다 보면.... 상처가 다 아물었을때  류시화 시인의 말처럼

 

"별을 따다 부딫힌 상처"라 말할 날이 오겠지.

 

Let it be~! 라고 말하구선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았네.

 

나이 들면 어쩔수 없나부다 ^ ^.....

 

하긴 나도 그런 절망끝에 희망을 보기까지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흔들림이 없으면 부러지기 쉽다.

 

강하다는 건 어쩌면 얼마나 제자리로 잘 돌아오느냐 일지도 모르지.

 

요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내어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그건 또하나의 벽에 자신을 가두는 일이 되지는 않을지....

 

 

 

내가 좋아한다던 싯귀 다시 한번 올려본다.

 

이글을 읽게 되든 혹은 그렇지 않던 간에.....

 

하덕규 아저씨 노래도 생각이 나네....

 

"세상 풍경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장미와 가시

 

               김승희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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