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인용]그 날은-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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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06-08 ㅣ No.2501

빛두레(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소식지) 64일자 4'쉐마'에 게재된 시입니다. 조금은 절망적인 내용이지만, 어둠 속에서 빛을 바라보는 믿음의 눈으로 희망을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이 시와 그 배경에 관련해서 하시고 싶으신 이야기들을 많이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게시판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 많이 올려주시기를 바랍니다. 피정 갔다와서 답을 할 수 있는 것은 성심껏 답을 하겠습니다.

 

 

그 날은 - 5,18 민중항쟁 20주년 추모시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마태 5,9)

 

386 초선의원들이 망월동 참배를 한다 첫 마음으로

노동의 새벽 주인공도 카메라 렌즈에 가득한 대낮 햇살을 뒤따른다

새벽의 노동을 꿈꾸며

금남로 아스팔트에 철쭉 꽃잎들 뿌린 오월 광주는 누구의 하늘인가

매화햐 그윽한 해변에 화염만 날리는 뱃속 아이가 파편처럼 터져버린

, 타조도 살 수 없는 아직도 전쟁 포격중인 매향리 쿠니 사격장

열화우라늄탄 파편에 뼈를 깎아내는 농섬 하늘에는 386도 없었다

기형아만이 울고 있는 해변이었다

 

카메라 셔터에 고개 숙이며 분향 할 때

금남로 하늘에 피를 뿌린, 쌀미字의 결코 아름답지 않는 나라를 향해

목숨을 건 사람들이 검은 천을 찢는 진혹곡으로 청와대로 돌진한다

6.10 항쟁 꽃병이 폭발하는 싸움을 떠올리는 분향 연기 속 눈동자들 그윽한데

5월 하늘을 총살한 양키 고우 홈을 외치다 아버지는 인도에 쓰러졌다

 

119구급대를 부르는 다급한 핸드폰, 119를 단호히 취소하는 무전기

쇼 하니까 신경 쓰지마! 개새끼들아! 협심증으로 쓰려졌잖아!

들것을 들고 서장 명령을 기다리는 구급대원들

, 십원짜리 새끼들아! 전쟁 중에도 들것은 들어오는데 이게 뭐야!

겹겹이 줄지어 팔짱을 끼고 포위한, 한바탕 잔인한 쇼를 하고 있었다

한반도에 선지를 뿌린 종들을 위해 눈이 뒤집힌 세파트처럼

주인을 차안에 가두고 으르렁대고 있었다

 

3시간 동안 차안에 갇힌 이리역 폭격 유가족 팔순 할아버지

처음으로 당하는 오줌보 팽팽한 긴장감을 참지 못해

손자들 같은 의경 눈빛들이 훔쳐보는 문짝에 죄인처럼 고추를 내민다

먼지를 씻으며 아스팔트로 흐르는 찌린내,

오줌도 자유롭지 못한 나라여!

 

5,18 전야제 폭죽이 터지는 광화문 하늘

그 길거리에 신문지 깔고 우동 가락 단무지를 씹는다

성조기 펄럭이는 쪽문에서 항의서한 접수도 거절당하고 누운

민중의 지팡이들에게 질질 끌려나간 사진 위에서 짬뽕 국물고 뻘겋게 운다

 

파란 불에 썰물처럼 흐르는 행인들 우회전으로 돌아가는 자동차들

창경원 원숭이 눈빛으로 지나갈 뿐이다

지하철 비행기 핸드폰 인터넷 사람들 어제처럼

모두가 얼빠진 오색네온 불빛처럼 흐른다 그렇게 달리고 있다

 

서른 일곱 번 두드려도 가슴은 답답하다

소주를 부어도 쇳덩이는 심장을 짓누를 뿐이다

망월동의 하늘에는 불발탄의 폭죽만 남아있다

겁먹은 아메리카 별빛도 가려진 방탄유리 철망 위에서

무인 카메라 눈 부릅뜬 담장 위에서 철조망을 치는 노동자들

그 별들 철조망에 사산히 찢겨져 바람에 통곡할

그 어느 날은 올 것이다, 오고야 말 것이다

망월동 분향이 철조망 위에서 더덩 더리덩실 춤 출

그 어느 날엔가는 올 것이다 그렇게 올 것이다

붉은 깃발 가슴들 속으로 다시

강물로 흐르는 그 날은

 

517일 불평등한 소파개정에 소극적인 정부에 항의서한 접수하려 청와대로 가는 도중 종합청사 효자동 4거리에서 경찰에 불법구금을 당했습니다. 문정현 신부님은 16일부터 계속된 설사와 지병인 협심증으로 쓰러지시고 팔순 가까이 된 유족회 할아버지는 차 문짝에 소변을 봐야 했습니다.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종로경찰서장에게 강제불법 구금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을 때 386 초선의원들과 노동의 새벽을 꿈꾸는 사람들은 망월동 참배를 마치고...

 

 

이상이 전체 글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 역시 우리가 부여잡고 가야 할 현실입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이 큰 일을 일으킬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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