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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복.기 3/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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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3-23 ㅣ No.3163

다해 사순 제 4주간 화요일

 

복음 : 요한 5,1ㄱ.5-16

 

혼자는 외로어~

 

사제는 혼자 사는 사람이기에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혼자 놀 줄 모르면 사제 생활이 그만큼 힘들어 집니다. 저 역시도 신학생 때부터 이 사실을 잘 알았기에 무던히 애를 썼고 가끔 어처구니없는 혼자놀기에 빠져 본 적도 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혼자 고스톱도 쳐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해봐서 알지만 1인 3역의 재미가 시간이 흐르면 허무함만을 가져다 줍니다.  

 

어쩌면 오늘 복음에 나오는 베짜다 연못의 그 환자는 이 심정을 더 뼈저리게 저보다 먼저 겪었을지 모릅니다. 그에게는 병이 있었기에 저보다 더 처절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물에 넣어줄 사람이 없다"고 얘기하는 그의 음성이 귓전에서 맴돕니다.

 

저 역시도 남의 아픔을 함께 한다는 것이 어쩌면 말뿐인지 모릅니다. 제가 숱하게 만나는 환우들의 그 애달픔과 소망을 정말 듣고 있기는 하는 건가? 아니 진정 들으려고 하는가?

결국 오늘도 그 고통스러움에 잠 못 이루는 그를 물이 움직일 때 넣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닐까?

 

오늘 제 귓전에 들려오는 그 음성을 듣고 있다가 얼른 달려가야 하겠습니다. '누군가 하겠지'하는 생각이 아니라, 제가 먼저 달려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를 물에 넣어 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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