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 장군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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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섭 [jayhan] 쪽지 캡슐

2003-07-16 ㅣ No.4020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들과 그 아버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당신 아들은 아버지와 상의를 할 것으로로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이었다.

 

아버지의 92% 가 그럴거라고 대답했다. 반면 위기 시 아버지와 상의를 하겠다는 학생은 4.2% 에 그쳤다. 92%와 4.2%. 이것은 엄청난 차이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아버지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얘기를 털어놓으리라고 생각한 반면, 아들들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얘기를 한 번 더 해 보자.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 관련된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에게 질문을 한다. 아들이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할까? 많은 아버지들은 `우리 아들은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할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생각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

 

아들은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대답하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반면 엄마와 딸들에게 똑 같은 질문을 한다. 아버지와는 대조적으로 엄마들은 이런 질문에 대부분 자신없어 한다. 매일 잔소리 하고, 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딸이 자신을 싫어할 거로 지레 겁을 집어 먹는 것이다. 하지만 답변은 매우 긍정적이다.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딸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다. 한 마디로 친밀도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김 장군은 늘 막내아들 문제로 속을 썩였다. 반듯하고 올곧게 자라온 자신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아들인 것이다. 번번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는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이다. 사사건건 반항하고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는 탓에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염색을 하고, 외박을 밥먹듯 하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야단도 쳐보고, 공갈과 협박도 해 보고, 가두어도 보고, 구타도 해보고, 달래도 보고…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단병력이 자신의 말 한마디에 죽는 시늉까지 하는 김 장군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 아들 놈 하나 어쩌질 못하니…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아들과 정신과 의사에게 같이 상담을 받았다.

 

진단결과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찬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가족 모두를 군대식으로 다루는데 아들녀석은 질려있었던 것이다. 가정이 무슨 군대인가, 아들이 자신의 병사인가, 왜 아버지는 늘 저 모양인가… 이런 것이 아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또 다시 늦게 귀가를 했다.

 

아버지는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다 문을 열고 아들과 얘기를 했다. 이렇게 살아서 되겠느냐, 아버지는 어린 시절이 이랬다… 대강 이런 얘기를 하다 감정에 복받쳐 아버지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아버지는 큰 일이 났다면서 정신과 의사를 찾아왔다.

 

아들에게 저런 모습을 보였으니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아들의 얼굴을 보겠느냐는게 장군의 걱정이었다. 하지만 아들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아버지는 완벽함 그 자체인 줄 알았어요. 아버지도 인간이란 생각을 해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제 제 앞에서 눈물을 보이시는 것을 보고 아버지도 한 인간이란 사실이 기뻤어요. 아버지가 처음으로 좋아졌고 존경심도 생기기 시작했어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리더십이라면 모범을 보이고, 반듯하고, 감정을 절제하고, 엄숙하고 근엄한… 이런 것을 연상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감정인 것이다. 옳고 그른 것 이전에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않느냐가 더 선행조건인 것이다. 옳지만 가까이 하기 싫은 사람이 있다.

 

반면에 왠지 끌리는 사람이 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존경을 덜 받는 것은 그만큼 감정적으로 교류가 적기 때문이다. 잔소리 하는 엄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감정적으로 통하고 그만큼 친밀하기 때문이다. 존경의 전 단계는 좋아함이다. 좋아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바로 감정이다.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매력이 필요하다. 멋진 리더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한없이 강하게 보이던 사람이 약한 모습을 보일 때" 매력이 느껴진다. 반대로 "약한 사람이 강한 모습을 보일 때" 그 때도 역시 매력이 느껴진다. 가정에서 자녀들에게나 혹은 직장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으려면 어떻게 감정적으로 교류를 할 것인가, 어떻게 매력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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