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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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옥 [yimariaogi] 쪽지 캡슐

2007-11-08 ㅣ No.7751





위 령 성 월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라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루카 14,25-33) 글 : 최인호 베드로 나르키소스(Narkisso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입니다. 물의 신 케피소스와 요정 사이에 태어난 아들로 그가 태어났을 때 예언자는 나르키소스가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 절대로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가 청년이 되었을 때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많은 처녀들과 요정들은 그에게 구애를 하였습니다. 에코란 요정은 그를 사랑한 나머지 몸이 여위어 마침내 목소리만 남아 '메아리'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어느 날 나르키소스는 사냥을 하다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던 중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 모습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의 그림자에 홀린 그는 한 발자국도 물가를 떠나지 못하고 마침내 그곳에서 죽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수선화(水仙花)로 다시 피었습니다. 1899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레네는 이 신화를 인용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심리상태를 나르시즘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즉 나르키소스가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였듯 많은 여성들이 거울을 보며 자기 자신의 모습에 황홀해 하는 심리를 바로 나르시즘이라고 표현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이 널리 알려진 것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 (1856~1935)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유아들이 이러한 자기에(自己愛)에 빠져 있으나 성숙되면서 점점 어머니와 이성과 같은 대상애(對象愛)로 나아간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런 대상애로 발전되지 못하고 계속 자기애에만 빠져 있을 때 프로이트는 정신병의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던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애에 빠져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하나의 숙명적인 비극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집착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자기 문제에만 집착하고 있는 나르시즘은 자기 가정만을 사랑하는 가족애로 발전되며 자기 지역만을 사랑하는 지역주의로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또한 자기가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할 때는 교만이 되고 자기만이 옳다고 생각할 때는 독선이 되는 법입니다. 주님은 열두 살 되던 해 부모님을 떠나 첫 번째 가출을 단행합니다. 어머니 마리아가 "얘야, 왜 이렇게 애를 태우느냐"고 하자 소년 예수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왜 나를 찾으셨습니까"(루카 2,49). 어찌 보면 불효스런 예수의 말씀은 자신이 있어야 할 집이 혈연으로서의 아버지의 집이 아니라 존재로서의 아버지의 집임을 분명히 드려내 보이고 계신 것입니다. 심지어는 성모님이 찾아오시자 주님은 "누가 내 어머니냐.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내 어머니다" (마태오 12,50)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러한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고 계십니다. "누구든지 자기 부모나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지 않고서는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우리들은 모두 물 속에 비친 자기의 모습에 반해 물가를 떠나지 않는 수선화, 나르키소스와 같습니다. 그리하여 오직 자기가 한 말만 메아리로 듣고 있는 요정 에코와도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들은 물 속에 비친, 다만 그림자에 불과한 '나'라는 절대 우상을 섬기는 이교도들인 것입니다. '나'를 섬기는 이교도에서 '주님'을 섬기는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기의 물가를 떠나는 일일 것입니다. 자기의 물가를 떠나고 자기의 목소리에서 벗어나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의 얼굴을 십자가에 못박힌 주님의 모습으로 돌려 주님의 모습이 물에 비친 나의 참모습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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