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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12 아름다운 쉼터(달아날 곳이 없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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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7-12 ㅣ No.445

달아날 곳이 없을 때(아잔 브라흐마,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중에서)

캐나다의 젊은 부부가 호주에서 계약직 근무를 했다. 부부는 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다른 부부와 원래 살던 토론토까지 요트를 타고 간다는 기상천외한 계획을 세웠다.

여행 중반쯤 태평양 어딘가에 이르렀을 때다. 망망대해에서 요트 엔진이 고장났다. 두 남자는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뒤 비좁고 무더운 엔진실로 내려가 엔진을 수리했다. 커다란 나사는 스패너로 아무리 돌려도 꼼짝하지 않고, 작지만 매우 중요한 나사 몇 개는 손 닿지 않는 구석으로 달아났다. 구멍에서는 기름이 계속 새어 나왔다. 절망은 짜증을 불러왔다. 처음에는 엔진, 그 다음에는 서로에 대해. 짜증은 금방 화로 변했다. 남자 중 하나가 연장을 내동댕이치며 소리쳤다. “이것으로 끝이야! 난 떠나겠어!”

그는 선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은 뒤 여행 가방을 들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갑판에 있던 두 여성은 그 모습을 보고 웃느라 요트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 그는 수평선 멀리까지 둘러본 뒤에야 갈 곳이 없다는 걸 알았다. 당황한 그는 얼른 몸을 돌려 선실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옷을 갈아입고 엔진실로 갔다.

갈 곳이 없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달아나는 대신 문제와 마주한다. 문제 대부분은 우리가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려고 하기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엔진은 수리되었고, 두 남자는 가까운 친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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