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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16 아름다운 쉼터(흰봉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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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7-16 ㅣ No.449

흰 봉투의 비밀(정은우, ‘해피데이스’ 중에서)

중학교를 생각보다 먼 곳으로 배정받아서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해야 했다. 그래서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고 매일 아침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사기 위해서였다. 부모님께 자전거를 타고 통학한다고 말씀드리면 위험하다고 말리실 게 뻔하기 때문에 철저히 비밀로 해야 했다. 드디어 거금 10만 원을 모은 날, 나는 행여나 누가 훔쳐 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책갈피에 돈을 숨겨 위장을 해놓았다.

여느 때와 같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이었다. 방문 앞에 신발 한 켤레가 더 놓여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잘 어울려 놀던 동갑내기 사촌이 온 것이다. 놀래주려고 살금살금 다가가 “워!”하면서 방문을 여는 순간, 사촌이 깜짝 놀라면서 무언가를 급히 감췄다. 뭐냐고 묻자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단 한마디를 던지고는 휑하니 방을 나가버렸다.

나는 서둘러 책을 꺼내 책장을 펴보았다. 돈이 든 흰색 봉투가 온데간데 없었다. 밖으로 뛰쳐나간 나는 사촌을 붙잡고 다짜고짜 돈 봉투 어디 있냐고 따졌다. 하지만 사촌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모른다고 시치미를 뗄 뿐이었다. 화가 난 나는 우리 집에 다시는 오지 말라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와 버렸다. 문밖에서 사촌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모른 체했다.

다음날 아침, 밥을 먹으려는데 엄마가 그 큰돈이 어디서 났냐며 다그쳤다. 어제 방 청소하다 돈 봉투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사촌을 오해했다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또 놀러오면 그때 사과해야지.’하고는 넘겨버렸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사촌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모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사촌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지금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얘기였다. 결국 사촌은 그날 밤 두 번 다시 말할 수도 뛰어놀 수도 없는 곳으로 가고 말았다. 그리고 엉엉 울고 있는 내게 사촌이 사고 당시 가지고 있던 것이라며 이모가 전해준 봉투에는 10만 원이 들어 있었다. 내가 자전거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을 알고 자신도 보태주려고 모은 돈이었다. 그날 사촌이 내 방에서 감추던 것은 바로 그 봉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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