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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19 아름다운 쉼터(어머니의 새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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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7-19 ㅣ No.453

어머니의 새 핸드폰(서석화 외,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중에서)

분홍 빛깔 새 핸드폰을 받아 든 어머니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내 손엔 8년 전 어머니가 요양원으로 가실 때 목에 걸어 드린 흰색 구형 핸드폰이 들려 있다. 어머니는 그곳에서 칠순을 맞았고 아주 작아지셨다. 그리고 무남독녀 외동딸은 사십 대가 끝났다.

너무 오래되어 충전이 안 된다는 어머니 말씀에 새로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핸드폰 가게에 들렸다. 서류를 적어 내려가는데 직원이 불쑥 말을 걸었다. “약정 기간은 2년이에요. 그 안에 다른 일이 생기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거 아시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순간 볼펜을 놓고 직원을 바라보았다. “알아요. 안다고요.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거, 안단 말이에요.”

울음이 터져 나오는 듯한 내 목소리에 직원의 눈이 황망하게 커졌다. 그의 눈동자에 마음을 박아 넣듯 다급하게 말했다. “이 핸드폰, 어머니가 쓰실 거예요. 약정 기간 10년짜리, 아니 20년짜리는 없나요? 저기요, 어머니는 약속을 잘 지키는 분이거든요. 기도해 주세요. 어머니가 약정 기간을 꼭 채우실 수 있도록요.”

무슨 사연인지 뒤늦게 안 직원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는데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기도할게요.”

새 핸드폰을 줄에 꿰어 목에 건 어머니 가슴에서 진달래꽃 빛깔 핸드폰이 부드럽게 흔들린다. 그 모습을 보며 한 달에 한 번 올 때마다 새 핸드폰을 사다 드리면 약정 기간 2년은 언제까지고 계속 유지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어 본다. 작고 가벼워진 어머니의 몸을 바라보며 약정 기간의 무게로 어머니를 붙잡는다. 2년 또 2년.... 어머니는 약속을 지켜 주실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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