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성당 게시판

고독한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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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성 [interk2002] 쪽지 캡슐

2003-03-18 ㅣ No.5155

아름다운 글 혼자 읽기 아까워서 올립니다.

 

 

 

고독한 십자가 사랑...

 

 

사람들 떠나버린 그 뒷자리,

불꺼진 싸늘한 성전 높은 자리,

돛대처럼 우뚝 솟은 그 자리에

외로이 달려 계신 주님은

지난밤 또 얼마나 많은 눈물로 지새우셨을꼬,

 

 

밤마다 흘리신 님의 고독한 사랑눈물들,

동틀 무렵이면 성전입구 성수항아리를 가득 채우네,

십자가의 고독한 사랑으로 흘리신

님의 귀한 눈물방울은

묵은 영혼 씻기우는 영혼의 정화수라네...

 

 

아,...

흘린 눈물 남김없이 고이 담아

성전 문앞 한쪽에 놔두시곤

당신 찾아 오는 이에게 손수 선물 하시네,

그리도 귀한 것인 줄도 모르고

우리는 성의없이 찍어대기만 했구나..

 

 

그런 것도 모르고

우리는 성전에 들어서면

무심결에 성수 몇 방울 찍어 바르고는

어디 앉을까 두리번 거리다가

지정석이 되어버린 맨 뒷자리 찾아 앉기 바쁘네,

 

 

일주일에 한번 찾은 성전이면서

제대 가까이 앉아 주님 뵈옵는게 도리겠건만,

앞자리 찾아 앉으면 마귀가 와서 물어나 가나,

텅텅빈 앞자리 놔두고서 하필이면 왜 맨 뒷자리인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근수근 잡담할련가..

 

 

고작 일주일에 한번 주님 찾아뵈면서

멀찍이 앉아서는 제 할 소리는 다하네, 그려.

천국행 티켓은 성전 맨 뒷자리에

모두 숨겨놨다고 누가 그러던가.

성경엔 그런 말 없던데,...

 

 

주님은 뵙고 가는지,

아님, 돈 몇 푼 내밀고는

제 할 일 다 한양

마침성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털고

성전문 나서는 뻔뻔한 모습들은 아닌지..

 

 

돈 몇 푼 던져주고

허둥지둥 바쁜 걸음으로

십자가 등지는 사람들아,

그렇게 바삐 갈 거면서

뭣하러 성전에 들어섰는가.

 

 

요즘같이 좋은 세상,

못 온다고 전화나 한통하고,

봉헌금은 미리 온라인 송금이나 할 것이지,

그리도 바쁜 몸 이끌고 와서 허둥지둥 뒤돌아설거

뭣하러 굳이 이 힘든 길 왔는가...

 

 

머잖아 안방이나 길거리에서

문명의 이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들어

주일미사 참례한다 할까 두렵네,

어쩌면 주님의 거룩한 살과 피도

배달해달라 하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네.

 

 

이런 애기 들으면 모드들 경악하겠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아니라 하겠지,

그러나 어찌 알겠는가 우리의 마음을,

지금의 모습이 내일의 모습인 것을...

 

 

나는 절대 아니라고,

호언장담하지는 마소...

그 누가 알겠는가.

그것이 내일의 내 모습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이 사람들아!

 

 

고백성사 보는 게 귀찮고 두려워

겨우겨우 주일미사 참례하고는

부리나케 성전문 나서는

우리의 못난 뒷모습이

안 봐도 훤한 한 주간의 우리 삶이 아닌가 싶네.

 

 

주님을 뵈러 오는 건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만나러 오는 건지,

부질없는 사람들 눈도장만 찍고 가는 듯 하네.

하나같이 똑같은 인간들 소리는 다 들으면서

마음에 울려대는 주님음성은 들으려하지도 않는 것 같네.

 

 

한 주간 죄고백은 남감없이 했는지,

미사 중에 주님과 대화는 좀 나눴는지,

사제 퇴장하기만 기다렸다는 듯

성전문 박차고 나서는 사람이

미사중 1분 1초인들 주님과 일치했겠는가.

 

 

불쌍하고 매정한 사람들아!

주님은 그래도 당신들 오기만 기다렸는데,

제 할 소리만 주절주절 다 늘어놓고선

아들, 딸 어루만지고픈 부모심정 외면하고서

그리도 서둘러 매정한 발걸음 옮긴단 말인가.

 

 

어이구, 이 몹쓸 사람들아!

어째서 그리도 매정한가

어째서 그리도 이기적인가

당신네도 자식키워봐서 알잖는가.

부모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아아...

하루 24시간, 일년365일, 일년, 이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더욱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십자가의 사랑과 자비에도 불구하고

하루 한시간의 감사에도 우리는 이리도 소홀하네.

 

 

사람들아!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세상의 변화인가, 천재지변인가

아닐세, 이 땅에서의 변화에는 두려워할 게 하나 없다네,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주님 숨결에 무뎌지는 우리의 마음일세.

 

 

이제라도 정신차려 주님 뵈옵세,

늦은 마음이라 탓할 분 아니라네,

이제라도 마음 밝혀 주님 뵈옵세,

그분은 참 좋으신 분이라네.

님의 고운 사랑향 흩뿌려지던 날,

무딘 이 마음에도 님 향한 노을빛 그리움 곱게 물들여졌다네.

 

- Jon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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