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아버지 사랑합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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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근 [cleaneyes] 쪽지 캡슐

2004-10-27 ㅣ No.4719

아 버 지~!!!



    "야! 최광근, 밖에 니네 아버지 왔더라. 빨리 나가봐!"
    "아버지라니? 아버지가 갑자기 학교엔 웬일로..."
    3학년 선배가 지르는 큰 소리에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창문 밖... 눈에 익은...
    하얀색 동정이 누렇게 변해버린 한복 저고리,
    군데군데 검은 얼룩이 선명하고

    헤질대로 헤져 올 풀리고 거풀이 묻어나는 조끼,
    그리고 까맣게 그을고 주름 투성이 촌노
    거기엔... 교실 창문을 기웃거리는 분명 내 아버지의 모습이...

    교복이지만 날 세워 다린 나팔바지에 반짝이는 구두,
    비스듬히 눌러 쓴 모자
    누가 보아도 고등학교 1학년 밴드부 멋쟁이로서 손색이 없는 나에게,
    적어도 내 아버지는 절대로 그런 모습이 아니어야 했습니다.
    음악실, 밴드부원 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송두리째 무너지는 자존심, "이를 어찌 수습하여야 하나..."

    "도대체 갑자기 학교엔 웬일 이세요?"
    집이라면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나의 도전적인 질문에
    머뭇거리시는 아버지 스칠 듯 눈가에 쓸쓸함이 묻어 나고
    "응! 그냥 청주장에 왔다가..."
    "별일도 없이 뭣 하러 학교에 오셔요? 에이...참!"

    "니네 아버지니?" 평소 유난히 괴롭히는 선배가
    조롱하는듯한 질문에
    "아니요! 아버지는 무슨... 동네 아저씨요."
    툭! 뱉어버린 그 말 한마디가,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 될
    바위덩이가 될 줄이야... "진짜 동네 아저씨야?"
    다 알고 있다는 듯, 뒤통수에 꽂이는 비웃음이 참기 어려워
    운동장 가로질러 돌아가시는 초라한 아버지등에
    원망스런 눈초리를 보내던 철부지

    아버지 돌아가시고 열달만에 태어난 내 아들이
    지난달 군에 입대 하였으니 아버님 떠나신지 벌써 20년,
    어제일 처럼 생생하고, 생각하면 가슴 메어지는
    지은 죄를 어찌 다 용서 받을 수 있으리까.
    어릴 때 병약하여 죽을고비 몇번이나 넘기고,
    산골에서 청주까지 유학한 아들의 대견한 모습이 보고싶어
    학교에 찾아오신 아버지, 결코 초라하지 않으며
    자존심 강한 당신이 얼마나 많은 용기를 냈던 것인지,
    세월이 많이 지난 뒤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아버지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삼복더위에 농사일로 등지게를 벗을 날이 없음에도,
    평생토록 한복 바지저고리 외에는 단 한 번도 다른 옷을
    입지 않으시던 아버지,!!
    그때는 그것이 아버지의 자존심인지 몰랐습니다.
    입사초기 충남 먼 곳에서 직장생활로 오랬만에 고향에 오면,
    별다른 말씀 없이 맞아 주시던
    조용한 미소가, 진정 아버지의 사랑인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병에 걸린 걸인이 동네에 들어와 배고픔과
    나무간에서 라도 잠을 호소하는데,
    "어찌 병든 사람을 혹한 추위에 나무간이 될 말이냐!"
    야박한 세상인심을 나무라며,
    극구 사양하는 걸인을 밥 주고 군불집혀 따듯한 방에 재우시던
    내 아버지!!~, 그것이 그때는 참사랑인지 몰랐습니다.
    치유될 수 없는 병환으로 고통 속에 시달리시면서도
    신음소리 한번 않내시고, 마지막 담배 피워 깊은 연기 품으시며
    "슬퍼하지 마라 누구나 가는 길, 나 떠나거든...."
    그때는 그것이 인생인지 몰랐습니다.

    귓가에 생생한 당신의 음성, 입가에 흐르던 잔잔한 미소,
    가난했지만 당당했던 아버지
    깊어가는 이 가을에... 아버지 당신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내마음 같아서 퍼온글....

    깊어가는 가을밤~!!!
    언제나 자식걱정에 편안한날 없을실 그분들을
    생각하시고 전화라도 한통화 하심은 어떠하실지요
    그리고 뜬금없는 말 한마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도 이말을 아버님에게 해주고 싶습니다.
    보고파도 뵐수없는 당신...
    ... 사...랑...합....니...다...
    ... 사...랑...합....니...다...
    ...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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