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성서] 욥 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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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호 [austin] 쪽지 캡슐

2001-05-29 ㅣ No.6247

 

1  인생은 땅 위에서 고역이요

   그의 생애는 품꾼의 나날 같지 않은가?

 

2  해지기를 기다리는 종과도 같고

   삯을 기다리는 품꾼과도 같지 않은가?

 

3  달마다 돌아 오는 것은 허무한 것일 뿐,

   고통스런 밤만이 꼬리를 문다네.

 

4  누우면 "언제나 이 밤이 새려나" 하고 기다리지만

   새벽은 영원히 올 것 같지 않아

   밤이 새도록 뒤적거리기만 하는데,

 

5  나의 몸은 구더기와 때로 뒤덮이고

   나의 살갗은 굳어졌다가 터지곤 하네.

 

6  나의 나날은 베틀의 북보다 빠르게

   덧없이 사라져 가고 만다네.

 

 

욥의 기도

7  잊지 마십시오.

   이 목숨은 한낱 입김일 뿐입니다.

   이 눈이 어찌 다시 좋은 일을 보겠습니까?

 

8  나는 이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게 되어

   당신의 눈이 나를 찾으신다 하여도

   이미 자취도 없을 것입니다.

 

9  구름이 사라져 없어지듯

   지하로 내려 가는 자, 어찌 다시 올라 오겠습니까?

 

10 자기 집에 다시 돌아 올 수도 없고

   그가 살던 곳 역시 그를 알아 보지 못할 것입니다.

 

11 그런데, 나 어찌 입을 다물고만 있겠습니까?

   가슴이 메어 하소연하고

   마음이 아파 울부짖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12 내가 바다입니까?

   바다의 괴물입니까?

   어찌하여 파수꾼을 세워 이 몸을 지키십니까?

 

13 침상에라도 누우면 편안하고

   잠자리에라도 들면 고통을 잊을까 했더니

 

14 어찌하여 무서운 꿈과 몸서리쳐지는 환상으로

   나의 단잠을 깨우십니까?

 

15 견딜 수 없는 이 고통을 당하느니

   차라리 숨통이라도 막혔으면 좋겠습니다.

 

16 언제까지나 살 것도 아닌데

   제발 좀 내버려 두십시오.

   나의 나날은 한낱 입김일 따름입니다.

 

17 사람이 무엇인데, 당신께서는 그를 대단히 여기십니까?

   어찌하여 그에게 신경을 쓰십니까?

 

18 어찌하여 아침마다 그를 찾으시고

   잠시도 쉬지 않고 그에게 시련을 주십니까?

 

19 끝내 나에게서 눈을 떼시지 않으시렵니까?

   침 삼킬 동안도 버려 두시지 않으시렵니까?

 

20 사람을 감시하시는 이여,

   내가 죄를 지었다고 해서

   당신께 무슨 큰 손해라도 된단 말씀입니까?

   어찌하여 나를 당신의 과녁으로 삼으십니까?

   어찌하여 내가 당신께 짐이 된단 말씀입니까?

 

21 어찌하여 나의 죄를 용서하시지 않으십니까?

   죄악을 벗겨 주시지 않으십니까?

   나 이제 티끌 위에 누우면

   당신께서 아무리 찾으신다 하여도

   이미 없어져 있을 것입니다.

 

 

* 백혈병을 앓다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곱게 떠난 친구 신부가 있었습니다. 머리카락 하나 없이 누워있는  친구를 찾았을 때,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잠조차 잘 수 없고 그렇다고 깨어 있으면서도 생각조차 이어갈 수 없는 고통으로 그저 숨만 쉬면서 버틸 기력조차 없어서 차라리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저 기다릴 뿐이라고... 그리고 그 친구신부는 결국 주님의 부르심을 듣고 기쁘게 응답했습니다. 동생신부가 주님께서 이름을 부르시거든 아무 걱정하지 말고 ’예! 여기 있습니다!’ (사제서품 때에 호명되면 대답했던 것처럼)라고 대답하고 미련없이 따르라고 권했던 것처럼, 그 친구는 "예!"하고 마지막 대답을 하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오늘 욥의 기도를 읽으며 문득 그 친구가 그립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픔에 조금도 동참할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죄스럽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참으로 잘 준비하고 떠난 그 친구가 부럽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잘 준비하고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는 은혜를 주님께 청합니다. 친구야, 나를 위해 기도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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