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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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 [jin0314] 쪽지 캡슐

1999-12-13 ㅣ No.1317

무언가 새로운 걸 하고싶다는 후배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늘 무언가를 찾아서 했기에 많은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그만큼 자신의 시야도 넓었는데 지금은 만나는 사람만 만나니까 시야가 좁아지는 듯 하다나요.

 

나의 동선에 대해 생각해봤지요.

마찬가지로, 내가 그린 동선은 그다지 크지도 다양하지도 않습니다.

그 안에서 고민하고, 그 안에서 경쟁하고,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의 답을 찾으려 했던 건 아닐까싶습니다.

 

요즘들어 정신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부쩍 들어요.

말로는 아무 생각없이 산다했고, 나처럼 아무 생각없이 살라했지만, 사실 너무 많은 생각에 지쳐 있었습니다.

정신 없을만큼...

나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의식없을만큼...

 

승필오빠의 제의를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잘 모르지만 승필오빠도 쉬운 상황은 아닐듯 했거든요.

수현이도 그리 보였구요.

박신부님의 열의와 그 열의를 보이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계획하셨을지,

그리고 당신의 계획을 말씀하셨을 때 보일 청년들의 반응에 대해 얼만큼 많이 고민하셨을지,,

그 반응들을 어떻게 감수하시려 하셨는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나서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미안한 맘도 들었습니다.

고맙게, 기쁘게 제의를 받아들이지 못함이...

받아들인 후에도 부담스러워 하는 자신이...

 

 

그래서 받아들인 후 며칠간도 고민했습니다.

번복하는게 미안하긴 하지만, 내 상황이 이러이러하니 못한다고 말할까도 생각해봤습니다.

미안했기에, 한다고 했으니까 하긴하지만 ’어차피 짱도 아니니까 대충하면 되겠지’도 생각해봤습니다.

무엇보다도 내 삶 자체가 더 중요하다 생각했으니까요.

 

 

시야가 좁긴 좁습니다.

나 이외의 사람에 대해 생각 못하는 거 보면...

나에게 있어 내 삶이, 내 나아가고자함이 중요하듯 상대에게도 그렇다는 걸 느끼지 못하는 걸 보면...

 

마음을 열었습니다.

 

2000년 청년 연합회의 임원(?)으로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고자 합니다.

할 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시간이 그다지 많은 것도 아니지만,

그치만 열심히 하고자 합니다.

자주 흔들리겠죠. 나만의 피해의식으로 힘들어도 하겠죠. 지치기도 하겠죠.

하지만 주님께서 그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절 잡아주실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2000년은 1인 다역의 삶을 살게되겠군요.

누군가는 하나만 잘하면 된다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여러 역할들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승필오빠와 수현이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도와줄테니 많이 시키라고(사실 잘 할 자신은 없지만...)

 

 

고3때처럼, 대학 4학년때처럼, 그렇게 2000년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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