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성당 게시판

[퍼온글] 걍 재미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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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만 [Blueyes] 쪽지 캡슐

2000-02-20 ㅣ No.2876

지독하게 추운 철원의 겨울이었고, 내가 있던 부대는혹한기 훈

련 중이었다.

 

적어도 내 생각엔, 윗놈들이 세운 훈련 목표는 추운 곳에서

안 얼어 뒈지고 얼마나 잘 버티나 보자였다.

 

훈련은 일주일이었고, 우리는 일주일간 온도계 온도가 영하 15

도까지 떨어지는 해발 1175고지에서 생활해야 했다.

 

내 생에 황당한 경우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덩은 여전히 그 상

황에서도 문제였다.

 

생각해보자.

 

산 꼭대기의 바람까지 합해서 내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영하

100도였다. -_-;

 

화장실 같은 것은 있을리 만무했다.

그 상황에서 야산에 나가 바지를 내리고 덩(x)을

 

분포해 놓는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었다.

막말로 꼬추(남자의 몸에는 이런 것이 있다 -_-;)가 얼어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한참 일을 치루고 있을 때, "전투준비! 신속하게 이동

하라!"같은 말이라도 떨어지면 중간에 끊고 일어서야 하는 아

픔도 있을 수도 있었다.

 

이런 열약한 환경을 극복하고 걔 중에는 핫 패드(흔들고 비비

면 열이 나는 주머니난로)로 엉덩이를 비벼가며 일을 치루고

오는 놈들도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병사들은 얼굴이 노랗게 뜰 때까지 참기

로 했다. 그렇게 훈련 마지막 날까지 5일이 흘렀다.

 

복귀행군을 준비하기 전, X꾸녕이 갈라지는 듯한 아픔을 견디

지 못한 난 결국 휴지를 들고 야산으로 올라가 장소를 물색해

야 했다.

 

사람 눈에 띄지 않는곳경사가 지지 않은 곳, 잡초가 없는 곳이

어야 했다. 사람 눈에 안 띄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경사가 지지 말아야 함은 그 일을 치루다가 행여나 미끄러지면

(실제로 미끄러진 고참이 있었음) 심하게 곤란하고, 땅에 잡초

가 있으면 행사(?) 도중 엉덩이를 찌르기 때문이었다.

그런 곳은 의외로 찾기 쉬웠다.

 

<명당>이라 이미 여러 명이 다녀간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었

다. 하이얀 처녀설 위에 흩어져 있는 수 많은 덩들 ...

그리고 노란 휴지들 ...

유쾌하지 않은 광경이었다. -_-;

난 재빨리 바지를 내리고 힘을 주었다.

"푸(후)덕푸(후)덕"하는 효과음과 함께 대량의 물질이

 

신선한 바깥 공기와 접하며 그윽한 냄새를 산에 널리 퍼뜨렸

다.

 

5일간 참아왔던 그것들은 언뜻 느낌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굵기

와 양이라는 것이 짐작되었다.

 

궁금한 나머지 언뜻 뒤를 돌아보니 하이바(철모) 높이 만큼의

갈색 물체가 보였다.

놀라서 일어설뻔 했다. -_-;

난 순간 아득해 지는 정신을 바로 차리고, 손에 휴지를 힘있

게 쥐었다.

 

이 광경을 누구에게 들키기 전에 이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

에서였다.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기인열전"에

나가야 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_-;

 

재빨리 엉덩이 쪽으로 휴지를 가져가는 순간 ...

뒷쪽 수풀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며 누군가가 내려왔다.

 

산토끼 정도이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신은 내 편이 아니었다.

그렇게 어색한 상황에 등장한 인물은 옆 중대 중대장이었다.

그 중대장은 나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_-;

곤란해 뒈질 것 같았다. -_-;

 

문득 그 중대장은 "상급자에 대한 경례"를 최우선 과제로 삼

는 간부라는 것이 생각났다.

병신처럼 휴지를 든 오른손으로 경례를 할 뻔했다.-_-;

 

내가 그렇게 덩 자세와 경례 자세 사이에서 어정쩡하고 있자,

그 중대장이 "편히 쉬어"를 말하는 말투로 얘기했다.

 

"아냐아냐, 계속 해, 계속 싸"

 

그리고는 의미있는 웃음을 짓고 아래로 내려갔다.

"이런 ~씹쌀바바리~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난 벌겋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왼손으로 감싸며 다시 휴지를 엉

덩이로 가져다댔다.

 

그 때 또 한 번의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제발 산짐승 이기를 바랬다. -_-;

하지만 신은 죽었다. -_-;

이번에 내려온 놈은 그 중대장의 통신병(중대장 따까리)이었

다.

놈은 나를 슬쩍 한번 보고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중대장 뒤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그 중대장과 무엇인가를 재밌게 얘기했다.-_-;

 

난 더 이상의 개쪽을 피하기 위해 성급하게 휴지를 갖다 대

고, 강하게 1회 문질렀다.

그리고 그 휴지를 한 번 접으려 할 때 ...

뒤에서 엄청난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_-;

뒈져도 좋으니 멧돼지 나 늑대 이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신은 영창에 가있었다. -_-;

 

옆 중대 중대원 전체가 차례차례로 모두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_-;;;;

 

정확히 124명이 지나갔다.

 

난 그렇게 엉덩이를 까 내린 상태로,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

고, 한 손으로는 누런 것이 묻어 있는 휴지를 잡은 체, 덩 밭

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_-;;;;

 

그들이 모두 사라진 후 ... 난 눈에 눈물이 고였음을 느꼈

다. -_-;

 

 

훈련 복귀 후, 강원도 철원에서 호랑이똥이 발견됐다는 뉴스

를 보았다. 뉴스에서는 굵기로 보나, 양으로 보나 호랑이의 것

이 분명하다고 했다.

난 아직도 방송사에 그것은 내 것이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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