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남터성당 게시판

작은 새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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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 [uniagnes] 쪽지 캡슐

2000-06-17 ㅣ No.1152

날개를 꺾어버리려 했습니다.

하늘은 저리도 푸르고 높은데

둔하고 무거운 이몸에 견주면

너무도 보잘 것 없이 작기에

다시 퍼덕거려보기엔 너무 상처입었기에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자고

날개를 꺾어버리자고 했습니다.

 

그대였습니다.

단벌 옷을 벗어 상처를 매주고

고개들어 다시 하늘을 보라고

작은 날개 북돋워 날개짓하게 한 것은

다름아닌 그대였습니다.

 

울었습니다.

서투른 날개짓으로 날아다니다

다른 나무 가시에 찔려 상처입고 돌아와

그대 어깨에 기대 울었습니다.

 

그 땐 몰랐습니다.

그 요란한 들썩거림이

나의 울음만이 아니었음을

상처입은 나를 보며

더 큰 상처입은 그대의 슬픈 몸부림도 있었음을

그 땐 정말 몰랐습니다.

 

이젠 울지 않으렵니다.

혼자 울다 그 눈물에

온몸이 녹아내리더라도

다시는 나로 인해 그대가 아프지 않도록

이젠 그대 어깨에 기대 울지 않으렵니다.

 

비록 지금 우리 서로 다른 이를 향해 있더라도

서로의 웃음이 서로의 행복임을

서로의 눈물은 더 큰 아픔임을 알기에

아무리 아파도 그대 가지에서 울지 않고

밝은 미소로 그대를 밝히는 것

이것만이 그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제 작은 사랑의 몸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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