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산맥과 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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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과 파도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다. 능선에 눈발 뿌려 얼어붙을수록 산은 더욱 꼿꼿하게 아름답다. 눈보라 치는 날들을 아름다움으로 바꾸어놓은 외설악의 저 산맥 보이는가? 모질고 험한 삶을 살아온 당신은 그 삶의 능선을 얼마나 아름답게 바꾸어놓았는가!
험한 바위 만날수록 파도는 아름답다. 세찬 바람 등 몰아칠수록 파도는 더욱 힘차게 소멸한다. 보이는가 파도치는 날들을 안개꽃의 터져오르는 박수로 바꾸어놓은 겨울 동해바다 암초와 격랑이 많았던 당신의 삶을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파도로 바꾸어놓았는가! ( 주일 미사 강론 중에 신부님께서 인용하셨던 시죠? 너무 좋아 다시 읽어봅니다. ) 한 번이라도 삶의 모진 파도를 겪어보지 않고야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산을 더욱 아름답고 멋지게 만드는 험준한 능선의 고달픈 몸부림과, 험한 바위와 세찬 바람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파도의 슬픔을. 지난 삶의 고비마다 눈물과 한숨으로 엮어냈던 이야기들이 나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었음을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며 함께 울고 아파하셨던 날들. 고통과 힘겹게 싸우며 결코 좌절하지 않을 힘을 주셨던 주님! 이제와 뒤돌아보면 님의 이름도 알지 못하고 막연한 그리움으로만 가슴 설레이던 그 때부터, 아니 그보다 더 먼먼 날들로부터 .... 님과의 만남은 예비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삶의 매 순간마다 당신을 기억할 수 있다면, 하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힘겨울 때나 편안할 때나 당신의 현존을 느끼며 살 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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