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아! 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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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1-06-15 ㅣ No.2369

오랜 가뭄속에 온 국민의 가슴은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각종 언론매체들은 연일 호들갑을 떨고/

정치인들은 가뭄 현장을 방문하여 사진 찍고 생색 내기에 바쁘고/

그렇게 올 여름은 시작되었지요.

 

저도 얼치기 농부가 되어

열무와 상추씨를 뿌려 놓고

하마나 하마나 노심초사하며

하늘만 쳐다보았지요.

 

그런데 몇일 전에 비가 내렸었지요.

저의 농장이있는 곳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는 보도를 접하고

그렇게 반가울 수 가 없었지요.

 

며칠만에 하루씩 남의 집에서 물을 빌려

타들어 가는 밭에 조금씩 뿌려 주다가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흠뻑 머금은

녀석들의 함초롬한 잎사귀를 바라보면서

얼마나 감사한 마음이었는지 모릅니다.

 

특별시 하늘에 살면서

비가 그토록 아쉬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얼치기 농부가 되고

특별시를 벗어나 살아 보면서

타들어 가는 농심을 함께 느껴 보면서

하늘을 원망해 보기도 하고

비를 맞으면서 ’아! 비다’고

외마디 탄성을 질러 보았던 것도

제 삶에 새로운 경험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들이 하느님이 주신 이 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더럽히고, 황폐화 시키면서 우리들의

욕심만을 채우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라고 반성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농부가 농사 준비를 위해

평소에 물을 가두어야 하듯이

우리의 믿음도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지요.

 

어려움에 닥쳐서 누구를 원망하고

그제서야 매달리고 울고불고 하는 것 보다는

평소에 준비하고 기도하며 깨어있다가

어려움이 닥치면 그분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헤아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아! 비다.

 

얼치기 농부

비오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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