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시집 잘(?) 간 스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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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잘(?)간 스텔라...
스물 몇 살 새색시 시절, 어느 해 명절 때 명절 음식 준비하며 텔레비젼을 보게 되었는데 텔레비젼 뉴스는 명절 지내려 고향 향해 떠나는 사람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고향 집 향해 떠나는 사람마다 꾸러미 꾸러미 짐을 들었거나, 고속도로에는 차량이 장사진을 이룬채 꾬짝도 못하고 있는가 하면 길게는 스물 몇시간만에 고향에 도착하였다는 사람들의 고달픈 귀향이야기가 방영 되고 있었어요. 그걸 본 우리 남편 베드로씨,
"우리 색시 시집 한 번 자-알 왔다. 나 아니었으면 저 속에 있었을텐데...
저 고생 안하는 것만 해도 시집은 확실히 잘 왔지."
에고, 서방님, 스물 몇살의 순진한 젊은 새색시는 정말 그런줄 알았었답니다. 그러니 정말 스텔라가 시집 잘 갔나 한 번 보-자-구-요.................
이번 추석도 예외 없이 정신 없이 바쁘게 지냈습니다.
3박 4일의 기간을 잠시도 쉬임 없이 준비 하느라 움직이고 손님 치르고
성묘도 다녀오고 잘 마무리 한 것 같네요.
연휴 첫 날, 장보기와 손질하기로 하루해가 그냥 저물었어요.
둘째날, 오시는 손님께 한 치의 결례도 없이 대접하고자 갖은 정성으로 준비하고 청소하고 우-아, 30여명의 음식을 준비함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거의 밤새움이 이틀째, 보고 있던 우리 신랑, "나는 뭐 할까?"
새벽 3시인데 기세 등등한(?) 마누라 눈치보느라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부엌쪽만 주시합니다. 안마와 맛사지등 온갖 서비스를 한 뒤에야 코를 골고 먼저 잠들어 버렸지요. 에구, 내 팔자야....
추석 당일, 어려우신 손님께서 맛있게 드셔 주시고 "수고 하셨어요." 하신 말씀 한 마디에 그간의 수고로움이 싸-악 가셨대나 어쨌다나....(스텔라 생각)
연휴 4일째, 산소에 시아버님 뵈러 성묘 갔어요.
관리실에서 벌초는 해 놓았지만 남편과 아들과 땀을 뻘뻘 흘리고 잡초를 뽑고 정리 정돈을 열심히 했지요. 살아 생전 아버님을 못 뵈었지만 살아 계시다면 이렇게 열심히 사는 당신의 외 며느리를 끔찍이도 사랑해 주셨을 것 같네요. 말끔이 아버님의 유택을 정리해 드리고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 왔더니 거의 20여명의 누이네 가족들이 있는 음식 모두 차려서 맛있게도 냠냠 하시고 계셨지요. 84세의 어머님이 계시니 누이들은 그 식솔들을 모두 챙겨서 노모께 모여 들지요. 마치도 병아리들이 어미 닭 품속으로 모여 들듯이...
많은 가족들이 함께와 푸짐하게 차린 음식을 함께 나누며 덕담을 주고 받습니다. "우리 올케 아니면 우리가 어찌 진품 홍어를 먹어 볼 수 있겠나?" 하시며 홍어 먹는 걸 이제 아주 즐겨 하시는 큰 누님의 말씀입니다.
기왕 하는 일, 얼굴에 푸짐한 웃음 지으며 준비한 음식 푹푹 내놓아 기분좋게 즐깁니다. 칭찬 한 마디에 기쁨도 두배로 느끼며 지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황금기가 아닌가 해요.
며느리로서, 엄마로서, 흰머리 돋아 나는 남편의 아내로서 베풀 수 있고 가족을 품에 보듬어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역활인 듯 싶습니다.
하고 싶어도 가족이 떨어져 있거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이렇듯 모여 들어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이런 위치도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일 거예요.
그러고 보니 시집 잘(?) 간 스텔라가 아니라 장가 잘 든 베드로가 아닐까요. 여러분, 맞지요?
이번 추석, 저처럼 가족위해 고생하신 자매님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쌕쌕 웃으며 잘 하셨지요?
스텔라가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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