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당동성당 게시판

모두꼭한번읽어봐야될글이라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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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ggda] 쪽지 캡슐

2000-12-23 ㅣ No.2038

음.. 오늘도 저만 글을 올리는 것은 아니겠죠..

이글은 저희 모두에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라

올립니다..

여러분들도 다 알고 계시는 청량리의 최일도 목사님!!

(갑자기 외삼촌이 생각나네)

우리 모두 한번 생각해 보죠....

난 정말 어떤가를....

전 그래도 아직은 괜찮나 봅니다....

낼 자정 미사때 뵙죠...

즐거운 토요일되시길....

 

 

 

밥퍼 시인 최일도님의 시론입니다. 성탄절이 낼 모래로 다가왔네요. 성탄절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볼 수 있는 글 같아. 올립니다.

 

[시론]예수도 구원도 없는 성탄절

 

 

 

성탄절을 손꼽아 기다리는 우리 동네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얘들아, 성탄절이 무슨 날인 줄 아니?” 아이들의 대답이 정말 뜻밖이었다. “산타할아버지 생일이잖아요”. 산타클로스의 생일날로 둔갑해 버린 오늘의 성탄절은 한국의 경제만큼이나 우울하기만 하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어느 대학 교수가 자기과의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린 일이 있었다. 크리스마스라는 단어와 함께 연상되는 모든 것을 떠오르는 대로 써 보라고 했다. 40여명의 학생들이 저마다 떠오르는 낱말들을 다양하게 써 냈다. 선물, 휴가, 칠면조, 흰 눈, 썰매, 캐럴, 애인, 호텔… 등등. 이 다양한 것 중에 예수라고 쓴 학생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요즘은 이렇게 예수 없는 성탄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긴 구세군 창설자인 윌리엄 박사는 임종할 때 이런 말을 남겼다. “멀지 않아 정말 예수 없는 설교를 하는 성직자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때가 바로 지금인 것 같다. 예수없는 구원과 예수없는 크리스마스가 여기저기서 횡행한다.

 

이런 세태를 바라보노라면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든다. 예수 탄생이 정말 모든 백성들에게 기쁜 소식일까? 과연, 그럴까? 2000년이 지난 지금도 구세주 강생이 정말 모든 이들에게 기쁜 소식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두 눈으로 분명하게 지켜보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이들과 병든 사람들과 죄인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사람들에겐 큰 기쁨의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으리라.

 

성탄절에 주인공인 예수는 빠지고 끼리끼리 주고받는 선물과 소외된 이웃은 아랑곳없이 향응만이 오가는 곳에 진정한 기쁨이 있을 리 만무다. 2,000년 전에도 성탄이 모든 이들에게 기쁜 소식만은 분명 아니었다. 권세 잡은 이들과 통치자에겐 왕중의 왕이 오셨다는 소식은 공포요,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헤롯왕은 죄없는 아기를 살육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

 

아기 예수가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낮고 천한 땅에 오셨다는 소식이 모든 사람에게 큰기쁨의 좋은 소식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이들이 죄로 인한 아픔이 있었고 흑암같은 절망 가운데에서 한 줄기 빛을 간절히 기다리며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죄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도 안보이고, 이 절망 속에서도 모두들 먹고 살 걱정뿐이지,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사람다운 삶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기가 힘들 정도이다.

 

예수가 이 땅에 오신 이유가 섬김받기 위해서 오신 것이 아니라 섬김을 실천하기 위해서 오신 분임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시대 위정자들과 지도층 인사들이 먼저 가난한 심령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아기 예수처럼 낮은 곳에 임할 수만 있다면 우리 모든 백성들에게 아기 예수탄생이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 될 수도 있으련만….

 

아하, 이제는 과연 어디서 아기 예수를 경배할 수 있으리오. 예배당도 성당도 출입구가 높아져서 초라한 꼴의 무의탁 노인들과 노숙자들은 들어가 앉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데….

 

수위 아저씨가 출입문을 통제한 대형교회의 호화성전이니 담임목사마저도 아들에게 세습하겠다는 예배당엔 거지꼴의 가난한 이들이 맘놓고 출입할 곳이 못된다. 사람이면 그 누구라도 들어가야 할 곳이 예배당과 성당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만한 품위와 신분을 갖추어야만 맘편히 들어갈 수 있다면 들어가볼 엄두도 못내는 이들이 우리 주변엔 너무도 많다. 그 누구라도 들어가서 경배하기에는 문턱이 너무 높은 예배당과 성당이 즐비하다.

 

무의탁 노인도 좋고, 알코올 중독자도 좋고, 윤락여성과 깡패도 좋고, 이방 나그네도 좋고, 노숙자들도 좋고 누구나 아무런 자격없이 찾아가 아기 예수를 경배할 수 있게 해다오. 해마다 성탄절이면 거리에서 성탄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2년 동안을 청량리 쌍굴다리 거리에서 죄많은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모여서 아기 예수 탄생을 기뻐하며 경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도 모든 사람들이 예배당과 성당을 찾아가서 경배드리기엔 그 문턱이 너무 높다는 뜻은 아닐는지…. 그렇다면 교회여, 문턱을 낮추어다오.

 

〈최일도/다일공동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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