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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의 프로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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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hwancan] 쪽지 캡슐

2000-08-08 ㅣ No.1264

언제나 그렇듯이 잼나서리 펌

 

 

앞집 여중생의 프로포즈             

 

- 집앞에 여중생이 산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이사온지 세 달 후였다.

 

 

군대가길 기다리는 나는

서울예전 다니는 CF 감독 지망생으로..

현재 휴학하고 아침에 용산에서 알바트하며 오후는 방송국서 알바트하며

틈틈히 친구, 기지배들과 어울리는 백수건달이다.

휴학할 필요까진 없었지만.. 공부도 잘 안되고, 학교가 2 년인 전문대라

순순히 졸업할 순 없기에 휴학하고 쉬는 중이였다.

 

아침 8 시 30 분부터 오전 11 시 30 분까지 3 시간 알바트.

거기다가 토,일은 쉬고 !!

시간당 5,000 원. (보수가 무척 마음에 든다. ^^;) + 방송국 급료.

한달에 40 만원이 넘는돈을 나같은 백수가 가지고 있다보니 돈은 물쓰듯했다.

 

그날도 알바트를 가기위해 여느 때처럼 아침 7 시 30 분에 대문을 나섰다.

대문을 나서는데 교복입은 여학생이 눈에 띄였다.

이사와서 처음 봤다.

앞집에 여학생이 살았었구나..

 

여학생은 시동걸린 승용차앞에 서있었다.

좀 귀여웠다.

단발머리에 아직 들성장한 몸, 통통한 종아리, 어색하게 큰 가방,

손에쥔 도시락통..

교복입는 여학생들의 매력이랄까 ??

지나치려는데 왠지 시선이 갔다.

 

냠냠..

추파춥스를 입에 물고 홍대전철역을 향해 걸었다.

상쾌한 아침~~

(난 언제나 입에 춥파춥스가 물려져있다. 하루평균 5 개)

. . . . .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계속 마주쳤다.

그리고 전에 못느끼던 여학생의 눈길까지 느껴졌다.

속으로 생각했다..

 

"에에~ 아니겠지.."

 

 

일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아침엔 교복입은 여학생이 날 기다리고 있다.

이젠 날 보면서 혼자 히죽거린다.

그리고 또 시선이 느껴졌다.

혼자 외쳤다.

 

"박정호 너도 왕자 다됐구나~~ 하하하 !!"

 

웃으며 지나치려는데 얘가 옆으로와서 입을 씰룩거리며 뭔가를 말하려고한다.

순간 놀라 걸음을 빨리하며 도망쳤다.

뭐가 두려운건지 난 잘알고있다.

난 꼬마들이 날 좋아하는 걸 싫어한다.

대학생이 나이 어린애들과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쩝..

냠냠..

 

오늘도 추파춥스를 입에 물었다. 아침은 역시 상쾌하다..

 

 

다음날 약간 긴장된 마음으로 신경을 곤두세워서 대문을 나서는데

그 기지배가 와서 뭔가 쪽지를 주고 자기네 집으로 도망간다.

겉봉에 하트가 그려져있다. -_-;

떨리는 손에 기합을 넣고 서둘리 펼쳐봤다.

 

오오.. 이런..

 

러브레터였다.

편지를 보니 여기저기 책에서 배낀 티가 많이 났다.

나보고 그대라는둥, 첫눈에 사랑했다는둥..  내참..

그중에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 얘의 나이였다.

 

16 살...

중 3 이였다.

나랑 6 살차이. 오우~노. - -;

 

 

다음날부터 나에게 아침 7시 30 분은 괴로운 시간이였다.

이 아인 언제나 먼저 나와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라져가는 날.. 끝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사라질때까지 말이다.

참 괴롭다..

친구들을 만나서 물어봤더니 친구왈..

 

"니가 허구언날 멜빵바지에 추파춥스 물고당기니까 얘들이 따라오지~~

너도 좀 나이답게좀 입고 당겨봐 임마~"

 

 

난 365 일 멜빵바지를 입고 다닌다.

키는 171 이고,

머리는 조금 빨가고 몸은 좀 말랐다. 머리는 별로 안길다.

옛날부터 담배대신 춥파춥스를 물고 다녔기에 별명이 옛날부터 캔디였다.

한때는 H.O.T 의 캔디가 내 주제가가 된 적도 있었다. -_-;

나이는 22 살인데 커피를 마실줄도 모르고, 술도 잘 못하고, 담배도 필줄 모른다.

 

난 내나이 친구들에 비해 좀 어려보였다.

얼굴탓에 76 년생임에도 주민등록증 없이 노래방을 못간 적이 많았다.

쭉 모르고 살다가~

어느날 내 모습을 돌아다보니 난 좀 특이했다.

그리고보니 여중생이 날 좋아할만도 한 것 같았다.

젠장..

 

 

한 기지배때매 여태껏 살아온 삶의 패턴을 바꿀 수도 없고..

열받음이다..

고민중에 대화방에서 76 기지배들을 만나서 물어봤다.

나 어떻게 하는게 좋겠냐 ?

 

윤소현왈 : 너 꼬마 울리면 내가 가만히 안둬~

          나도 옛날에 상처받았단 말야. 우씽~

 

신나라왈 : 그냥 끝내버려라~ 무슨 중학생이랑 연애냐, 칠칠치 못하게..

          정신차려~

 

김은정왈 : 잘해줘라.. 오해사지만 않도록..

 

 

얼마전 난 학교선배 74 년생이랑 사귀다가 채였다.

나에겐 누나지만 난 절대 누나라고 안불렀다.

당연하지..

하지만 그녀는 동생이랑 사귀는 것이 창피했던지

나를 자꾸만 친구들 모임에 불러서 누나라고 부르게 만들고

친구들에게 경어쓰게 만들면서 날 어색하게 만들었다.

친구들자리에서의 내 미소는 언제나 바보같은 미소였다.

그 후 그녀를 불러서 얘기를 1 대 1로 나눴다.

 

"너 내가 76 이라서 친구들한테 열라 쪽팔리지 ?"

"......"

"솔직히 말해.. 나랑 다니기 쪽팔리지 ?"

 

한참을 있다가 그녀가 말을 했다.

 

"정호는.. 너무 용기가 없어... "

 

무슨생각이였는지 난 갑자기 그녀의 머리통을 붙잡고 키쓰를 퍼부었다.

흔한말로 습격키쓰였다.

키쓰후 말했다.

 

"이래도 용기가 없다고 ??"

 

그녀는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고개를 숙인체로 뺨이 빨개져 있었다.

그리고 바라다줬다.

그후로 난 그녀를 볼 수가 없었다.

날 철저히 피한다.. 왜일까 ??

몇 일간 너무나 죽고싶었다.

대화방에서 동기들에게 물어보니 키쓰할 때 테크닉이 없었다는둥..

다시는 널 안볼거라는둥 영양가 없는 얘기만 한다. 젠장..

 

그 누나에게 채여서인지..

난 날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기 싫었다.

특히 저 여중생에겐 더욱..

상처주기는 싫고.. 사귀기는 더 싫고..  우씽~!!  T.T;

이런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중생은 아침마다 날 기다린다..

그리고 사라지는 내 뒷모습을 본다.

 

 

여느날처럼 아침에 나서는데 여중생 엄마가 날 부르셨다.

그리고 전철역까지 태워준다며 나를 차에 태웠다.

완전히 납치당한 기분이였다. - -;

이날, 이 당돌한 기지배 이름을 알아냈다.

혜연이다. 이혜연.

 

우씨~ 재수없게 왜 이 씨냐..

난 옛날부터 이 씨들만 좋아했는데..

그 무시무시한 아이의 엄마가 내가 질문을 했다.

 

"학생은 어디 학교 다니나? 부모님은 뭐하시고? 언제 이사왔지?.."

 

혜연이는 엄마에게 다른 질문을 하라는듯 입을 씰룩거리며 무언가를 호소했다.

무시무시한 여자애 엄마가 다시 묻는다.

 

"우리딸 어떤가? "

"예.. 예 ??"

 

혜연이가 자기 입으로 말한다.

 

"오빠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요 ?"

 

어떻게 생각하긴 뭘 어떻게 생각하냐 ? 중학생으로 생각하지.

제대로 대답할 수도 없고..

이거 환장하는구만..

우흐~ 속터진다..

 

빠삭..

입에 물고있는 추파춥스가 깨졌다.

 

꼬마는 차안에서의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알아갔다.

우선 내 이름, 호출번호.. 그리고 집전화번호.

그리고 내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추궁끝에 듣고야말았다.

난 그냥 착실하고 귀여운 여학생같다고 그랬다..

만족하는 미소를 보였다.

약간 불길했다..

 

어머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리며

내 얼굴에 표정관리가 전혀 되있지 않음을 느꼈다.

찝찌름했기 때문이였다.

솔직히 고맙지 않았다.

 

용산서 알바트하고 있는데 번호만 찍힌 호출이 왔다

10102353535..

 

하루종일 좀.. 괴로웠다.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이 싫지는 않지만..

대상은 코흘리게 중학생.

담배피는 친구들 틈에서 추파춥스를 꺼내 먹었다.

그리고 삐를 지웠다.

날버린 74 년생 기지배가 생각났다.

괜히 서글펏다.

 

집에와서 하루종일 통신을 했다.

그리고 무슨생각 때문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채팅만했다.

채팅실을 거의 안갔었기에 사람들과의 대화가 익숙질못했다.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여자들에게 버림을 받았다.

남자들과도 진솔한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대화방의 젊은이들은 모두 이성을 원하고 있었다..

불타는 채팅 분위기 속에  나의 한숨과 고민들은 너무나 쉽게 사라져갔다.

통신세계에서 소외됨을 느꼈다.

많은 시간을 있었지만 난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었다.

 

잠들기전.. 오늘 하루가 너무 허탈해서

알고지내는 친구들에게 모조리 호출을 하고 침대에 누웠다.

계속 허탈했다.

 

 

10 여일이 지났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다.

밤샌 몸으로 알바트를 다녀오니 몸이 말이 아니였다.

집을 향하면서 든 생각은 사우나였다.

집에서만 입는 멜빵바지를 입고 가까운 목욕탕에 갔다.

 

동네 목욕탕..  

3 층이 여탕, 4 층이 남탕이다.

현관에서 돈을 계산하고, 올라갔다.

문이 잘안열린다 에잇에잇~ 끼이익.....

간신히 열렸다.

신발을 벋고, 신발을 껴넣으려는데 잘 안들어간다..

이 놈의 농구화가 왜이리 안들어가~

농구화가 크기도 컷지만 신발장이 너무 작았다

이렇게 작은 신발장은 처음보는 것 같군..

 

난 억지로억지로, 겨우겨우, 껴넣구서 옆을 봤다

옆에 어떤 아줌마가 벌거벋고 머리를 말리고 있다.

뒤를 보니 빨간색으로 여탕이라고 쓰여있다.

 

여탕 ???

느끼는 순간!! 옆에서 째려보는 눈길들이 느껴졌다.

아주머니 한 분과 동갑네기 여자얘들 두 명이 살기띤 눈으로 쳐다본다.

이럴땐 잽싸게 튀어야한다.

급히 신발장에서 농구화를 꺼네려는데 신발이 안빠진다.

빼내려고 다시 힘을 줬는데 신발이 안빠진다.

 

뭐야 이거..

너무 세게 껴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이어린 기지배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마구울어댓다.

아니 잰 또 왜울어..?

열라 황당했다.

 

난 그들을 향해 썩은 미소를 지으며 신발을 뽑아내려 했다.

젠장, 빌어먹을~ 안빠진다.

에구 창피해서 미치겠네,

빠져라, 빌어먹을 농구화 !

태어나서 이처럼 농구화를 원망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하늘은 나를 용서하지 않았다.

아무리해도 안빠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을 향해 미소를 띄우는 일뿐이 없었다.

 

완전 미칠지경이다.

나와라나와, 이 빌어먹을 농구화야 ~!

어찌할지모르는 상황속에 엉뚱하게도.. 혜연이가 친구들과 함께 들어왔다.

오우~ 쐐트 !!

 

혜연이의 놀란 눈빛. 그리고 옆에서 울고있는 정체모를 기지배.

난 그냥 뛰쳐나왔다.

맨발로..

 

맨발로 집까지 달려왔다.

머리속엔 쪽팔림이 가득했다.

농구화는 버리기로했다.

아까 일은 생각하기도 싫다.

뭐냐 이거.. 젠장..

 

사우나고 뭐고 없다.

모든것을 떠올리기 거부하며 난 침대에 누웠다.

열라 괴로웠다.

 

 

몇 시간 있다가 꼬마한테 전화가왔다.

신경이 곤두선 목소리였다.

 

"오빠 아까 왜그랬어요 ?"

"아까 그건 오해야, 난 남탕인줄알고.."

"........"

"정말이라니깐..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눈도 머리도 혼란스러워서 뭐가뭔지..

그러니까 안본거나 마찬가지야..  기억도 안나, 정말로.."

"........"

"그리고 일부러 보려고 정문으로 들어가는 남자가 어딧냐?"

"알았어요.."

 

내가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여중생 앞에서 나의 억울함을 일일히 말하는데

그러는 내가 너무나 더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오빠 신발 제가 빼왔어요.."

"고마워.."

"이따가 연락하거든 우리집으로 받으러 오세요"

"이따보자.."

"이따가 또 훔쳐본다구요  ?"

"아니, 그게 아니라...  (우씨..T.T)"

"알았어요.. 이따가 봐요"

 

우씨.. 이따보는게 See you again 이지 여탕 훔쳐보러 다시 가는거냐 ?

에잇..

그래그래.. 내가 중학생을 상대로 무엇을 더 바라리요..

30 분후 1004 가 찍힌 음성호출이 왔다.

들어보니 자기집에 오라는 메세지다.

 

머리가 헝크러져서 모자를 눌러쓰고 갔다.

이성적으로 따진다면 긴장하고 경계하며 가야할 호랑이 굴이였지만

난 이미 이성적 판단능력을 잃은 상태라 무방비로 갔다.

꼬마가 자기방으로 데려갔다.

신발을 방안에 놔뒀나 ??

 

방이 깨끗했다. 그리고 내 방보다 컸다.

난 꼬마 침대에 앉았다.

곧이어 꼬마 어머님이 쥬스랑 샌드위치를 가져오셨다.

아니.. 신발은 안주고 왠 대접이냐 ?

 

꼬마가 옆에 앉았다.

그리고 이 세상에 꽁짜가 어딧냐며 뭔가를 해주면 신발은 준다고 그런다.

나이도 어린 꼬마가 내게 키쓰라도 원하나..

쳐다보는 눈길이 부담스러워서 고개를 돌렸다.

 

기타가 보였다.

기타로 노래 불러준다고 했다.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 갑자기 떠오른

신해철의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를 불렀다.

 

-너에게 내 불안한 미래를 함께 하자고 말하긴 미안했기에..

내게로 돌아온 너를 또다시 혼자이게 하지는 않을거야..

내 품에 안기에 눈을 감을 때 널 지켜줄꺼야..

언제까지나 너를 기다려 내 마음 깊은 곳에 너..

 

얼마전에 사랑하던 여자에게 채여서였던지 가사가 간절히 와다았다..

예전에 Eh 여대 기지배하나를 기타치면서 꼬신적이 있었다.

꼬실려고 기타를 쳤던 것은 아니고..

그 얘 생일에 내가 만든 노래를 들려주려 기타를 친 것이였다.

내가 만든 노래를 들려주고, 보너스로 시인과 촌장의 노래를 불렀다.

노래후 그 얘 얼굴을 보니 무척 감동한 눈빛이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혜연이가 감동하고 놀란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을보니 얘가 맛이 갔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꼬마 눈빛을 보니 얘가 정말로 맛이 갔다.

감정조절도 할 줄 모르는 꼬마를 로맨스에 빠트리다니..

난 정말 나쁜 놈이다.

 

"난 이만 갈께.."

 

기타를 침대에 두고 꼬마방에서 나왔다.

꼬마가 쫓아왔다.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며 뒤에서 외친다.

절대 그럴수 없었다.

 

꼬마네 마당에서였다.

꼬마가 뒤로 덥쳤다. 뒤에서 껴안은 것이다.

-내가 꼬마꼬마하지만 중 3 치고 작은 키는 아니였다. 키가 164 니깐..-

 

"웁웁!  아니 얘가 왜이래~    "

"(말없이 힘줘 껴안음)........"

"야, 이거 놔..  왜그러니....."

"(여전히 말없음)............."

"혜연아, 이러지마.. 왜그래~~ "

"............................"

"혜연아 이러면 안돼..이러지마"

"............................"

 

헉헉..

뒤에서 양팔로 내 배를 감싸고 머리를 등에대고 달라붙었는데 팔힘이 열라셌다.

게다가 난 피곤해서 뿌리칠 힘도 변변찮았다.

하지만 용감히 저항했다. 이러면 안된다고..

 

헉헉헉..

난 대문을 향해 걸었고 꼬마는 뒤에서 엉겨붙어 날 잡아당겼다.

하루종일 지쳐있는 나에게 꼬마의 팔힘은 너무나 힘겨웠다.

무시무시한 기지배.. 팔힘이 열라 쎄에..

 

씩씩..

헉헉..

 

난 발버둥을 쳤지만 허사였다.

녹초가 된 내게 남아있는 힘이란 없었다.

속으로 외쳤다..

내 다시는 이 집안에 오지 않으리라..  

그리고 다시는 마주치지 않으리라..

 

 

말없이 힘만 주며 껴안던 꼬마가 말을 꺼냈다.

 

"나 옵빠 너무 사랑해요.."

"헉..   (숨이 콱 막혔다)"

"나 앞으로 옵빠만 사랑하고 살거예요.."

"이거놔, 난 너 싫어.."

"왜..왜요.. ? "

"이 바보야, 너랑나랑 나이차만 6 살인데 내가 너를 좋아할 것 같아 ?

그리고 대학생이 코흘리게 중학생이랑 사귀는거 봤어, 정신차려  !"

 

꼬마가 가만히 껴안던 손을 뒤로 뺏다.

 

"난 너랑 이렇게 지내기 싫어, 그러니까 나랑 지내고 싶으면 이딴 짓 하지마"

".........."

"앞으로 너 나이에 맞는 사람이나 찾아서 좋아해. 이 꼬마야.."

 

혜연이가 두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대문을 꽝 닫고 나왔다.

혜연이가 울고 있음이 느껴졌다.

 

온몸이 떨렸다.

심장소리도 들렸다.

우유부단한 내게 안어울리는 대사였다.

왜냐하면 나에게 이런 말은 매우 용기가 필요한 말이였기 때문이다.

약간 후회가 됐다.

 

 

집에가서 침대에 누웠다.

아까의 사건과 대사들이 머리속에 펼쳐졌다..

그리고 혜연이의 슬픈눈과 우는 모습이 떠올랐다.

맘이 좀 아팟다.

그래, 원래 그런거야.. 그러면서 자라는거야.. 그러면서 어른이 되는거야..

 

 

중고등학교때가 떠올랐다.

난 성장이 느린 꼬마였다.

그것도 키가 큰 가운데 성장이 느린것도 아닌,

키가 작은 가운데 성장이 느렸다.

키는 너무나 작아서 학교에서 매년마다 3-5 번이였고,

같은 동년배 여학생들에 비해서 20 센티나 작아서 함께 있으면 동생같았다.

초등학교 졸업할 땐 140, 중학교 졸업땐 160, 고교졸업땐 168.

지금은 171.

 

키가 작았기에 느끼고 살던 나만의 세계도 작았고 사춘기도 늦게 찾아왔다.

어릴때부터 여자애들이 편하게 대해줬지만 날 남자로 봐주는 애들은 없었다.

그리고 함께 다니면 난 언제나 남동생같이 보였다.

 

나에겐 사춘기가 고 2 때 왔다.

나도 여자친구를 갖고파서 주위의 알던 친구들을 물색했다.

하지만 쓸만한 애들은 모두 첫사랑 진행중이였다.

열라 괴로웠다.

난 너무 늦깍이였다.

만약 내가 중 3 이라면 혜연이가 날 좋아했을까 ??

순간 상황이 역전됨을 느꼈다..

 

 

따르르릉~

전화가 왔다.

왠지 혜연이 같아서 받기 싫었다.

계속 전화가 왔다.

목소리 조절을 한 다음, 좀 띠꺼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예전에 좋아했던 학교 후배였다.

홍대앞이라며 지금 나오랜다.

왠일이냐.. ?  내가 찾을땐 그렇게 피하더니..

알았다며 옷을 입고 나갔다.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추파춥쓰를 가지러..

난 추파춥쓰가 없으면 심한 금단현상을 일으킨다.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꼬마 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얘기도 했다.

 

"나쁜 쌕끼.."

"..........."

"이거 완전히 나쁜놈이잖아.."

"..........."

"오빠감정만 감정이고, 여자얘 감정은 감정도 아니냐 ?

못됐어..진짜..  

그 얘에게 오빠가 첫사랑에지도 모르는데..어쩜 그럴수가"

 

 

난 동생에게 디따 혼났다.

동생은 흥분하고 있었다. 할 말이 없었다.

한편으로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근데 왠 일로 날 부른거야 ?"

"돈..꾸려고.. 돈좀 꿔줄래 오빠야..??"

"대답 듣고 싶어 ??"

"오빠 용서해줘.. 다시는 안그럴께 -_-;"

 

 

집으로 걸어오면서 맘이 많이 약해져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내 처신이 지혜롭지 못했음도 알게됐다.

중학교 때 일기장을 보다가 잠들었다.

 

 

늦게일어났다.

알바트 늦으면 죽음인데..

부랴부랴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막 뛰었다..

문득 보여야할 사람이 안보여서 잠시 움찔했다.

뒤를 돌아다봤다.

꼬마가 안보였다.

잠시 무표정으로 서있었다.

추파춥쓰를 까서 입에 넣었다.

다시 뛰었다.

 

다음날도 꼬마는 보이지 않았다.

내 말에 상처입은 것이 틀림없었다.

쳇~ 내가 벌여놓고 왜 내가 후회하지..??

언제나처럼 난 맨날 이모양이다.

집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밖으로 나왔다.

 

문앞에서 어떤 남학생이 기웃거렸다.

날 슬금슬금 노려보더니 사라졌다.

추파춥쓰를 입에 물고 모자를 눌러썼다.

오락실로 갔다.

지금생각해보니 현실도피를 한 셈이였다.

 

 

몇 일이 지났다.

혜연이는 계속 안보였다.

추파춥쓰를 물고 오락실로 갔다.

버쳐파이터를 했다.

걸리는 상대마다 작살을 내줬다.

발차기, 돌아서찍기의 연속타법. 완전 천하무적이였다.

한 남자애가 이어서 했다.

일방적으로 깨졌다.

얼굴표정을보니 목숨을 걸고 하는 듯했다.

아니.. 날 무조건 이기려 하는 듯했다.

이 동네에 나보다 버파를 잘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내가 버파 짱인데..

돈을 다날렸다.

 

나이도 어린 놈이였다.

뛰는 놈위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근데 가만보니 얼마전 우리집 앞에서 본 수상한 놈이였다.

추파춥쓰를 또하나 꺼내물고 오락실을 나왔다.

 

잠시후 그 놈이 따라 나왔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가만히 있다가 달려와서 말을 걸었다.

 

"혜연이라고 아시죠.. S 중학교 3 학년 3 반 부반장 여자애.."

"넌 누구니.. ?"

"역시 소문대로군요.. 빨강머리, 멜빵바지에 추파춥쓰.."

"넌 내모습으로 자기 소개를 대신하는구나.."

"혜연이는 아직 어립니다. 혜연이를 슬프게 만들지 마세요"

 

"너 혹시 이름이라는거 있니 ?"

"이건 제얘기가 아닌데요.. 그러니까 제 얘기는 아닌데..

혜연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형같은 나이많은 사람이 혜연이와 사귀는건 어울리지 않아요,

다시 말씀드리는데.. 이건 제얘기가 아닌데..

그러니까 제 얘기가 아닌데요..

혜연이를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는데.."

 

"너 얘기네, 바로 너 얘기 !!"

"앗, 어떻게 알았어요 ? "

"니가 다 말했잖어.."

"아니.. 어떻게 알았지? 말도 안했는데.."

"바보아냐?"

 

"암튼 모두의 사랑을 위해서 혜연이와의 사귐. 형의 처사는 옳지않다고 생각됩니다."

"너 이름이 모두니 ?"

"예.. 예? 제 이름은 혁진인데요..  양혁진.."

"모두의 사랑을 위해서 나와 혜연이의 사귐은 옳지 않다며.."

"예...."

"너 이름 모두 아니야 ?"

"혁진인데요.. 양혁진.."

"넌 아까부터 내가 하는 말을 못알아듣는구나."

"무슨말씀이신지..??"

 

 

이 띠벙한 남학생은 혜연이를 짝사랑하는 혜연이네 중학교 학생이였다.

얘가 너무 띠벙해서 녀석의 생각을 쉽게 읽혔다.

난 많은 것을 쉽게 알아낼 수가 있었다.

 

혜연이가 학교서 좀 인기있는 아인데

어느날 빨강머리 뽀빠이를 알게되어서

그 뽀빠이랑 열애중이라는 것이다.

(내가 어쩌다가 빨강머리 뽀빠이가 됐지?)

 

그 뽀빠이는 담배대신 추파춥쓰를 물고다니는 괴짜로,

H.O.T 가 다니고 김건모, 안재욱이 졸업한 서울예전을 다닌단다.

그래서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며,

빨강머리 뽀빠이를 탐색하러 왔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일을 학교에서 혜연이 좋아하는 애들은 다 안다고 한다.

 

나참..

중학생다운 관심이고, 중학생다운 언어였다.

부러움 역시 중학생 수준이였다..

 

난 혜연이가 내게 상처를 받았음을 난 말할 수 없었다.

나랑 잘지내는 줄 생각하고 있을텐데..

마음이 심란했다.

 

몇 일이 더 지났다.

난 오락실에서 버파를 친구삼아 현실도피하고 살았다.

 

 

컨써트 스텝을 마치고 집으로 오다가 건너편 골목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우리집은 산을 끼고 있어서 저녁이면 어둑어둑했다.

인기척 난 곳을 슬쩍봤다.

어떤 날라리같은 남자들이 여자 하나를 둘러싸고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몸이 피곤해서 그냥 지나치려 골목을 빠져나왔다.

 

"꺄악~~~"

 

혜연이 목소리였다.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당장 달려갔다.

그 색끼들이 혜연이 입을 손으로 막고, 허벅지를 더듬거리고 있었다.

 

"갯쌕끼들.."

 

달려나갈려고 기합을 넣었다가, 머뭇거렸다.

상대는 3 명이고 생김새도 만만찮았다.

열라 고민했다.

싸움을 못하진 않았지만 상대는 3 명이다.

작년에 신촌에서 2 대 1 로 싸우다가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싸운지도 너무나 오래됐다..

상대는 3 명. 샘김새는 만만치 않다.

그냥 신고할까 ? 전화는 어딧지 ?

난 열라 비열했다. 이 상황속에 이런생각 밖에 못하다니..

 

갑자기 놈들이 혜연이 따귀를 때리더니 산으로 끌고 가려했다.

여기서부턴 경찰청 사람들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다음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런지는 안봐도 잘 알고있었다.

옆에 있는 벽돌을 들고 달려갔다.

한 놈의 등을 내리쳤다.

벽돌이 박살나며 놈은 바로 쓰러졌다.

 

두 놈이 노려보더니 다가왔다.

한놈은 뱀대가리 면상이고 한 놈은 강호동 닮았는데 열라 못생겼었다.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내가 먼저 주먹을 날렸다.

선빵이 최대의 방어라는 친구들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파워의 한 방이 공중을 갈랐다.

 

"부웅~~"

 

선빵에다가 너무 빠른 스피드였기에 충격이 엄청 났을 것이다.

주먹의 감촉을 느껴보니 열라 쎄게 맞았다.

어떠냐.. 뱀대가리.. 열라 아프지 이노마 ?

 

뜻밖에도 내가 힘껏 친것은 옆에 있던 벽였다.

난 벽의 굳어있는 페인트가 벋겨짐을 눈 앞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어디선가 발이 날라왔다.

앞으로 꼬꾸라졌다.

 

난 두 놈에게 밟혔다. 열라 밟혔다.

구석구석 골고루.. 신나게 맞았다.

잠시후 일어난 한 놈도 합세해서 토탈 세 놈에게 열라열라, 짖밟혔다.

 

경찰이 달려왔다.

그 다음엔 기억이 없다.

혜연이 목소리가 들렸다.

 

"옵빠.. 옵빠.. 정신차려요.."

 

눈을 뜨려고 했는데 눈이 안떠졌다.

앞이 뿌옇게 보였다. 사람인 듯한데 형체가 잘 안보였다..

눈에 커다란 덩어리감이 느껴졌다. 마치 떡하나가 눈에 붙어 있는 듯했다.

그렇다, 난 많이 맞아서 눈이 부어있었던 것이다.

 

혜연이 괜찮니? 하며 멋지게 말을 한마디 하려고 입을 벌렸는데 코가 열라아팟다.

얻어맞은 증후였다. 통증이 대단했다.

아야, 아야야.. 괜히 입벌렸네.. 아파라..

 

"옵빠... 잉잉잉~"

 

 

3 일 후 병원에서 나왔다.

원래 몸이 건강해서 그런대로 괜찮았다.

좋든 싫든 난 혜연이의 영웅이 됐다.

그 다음 날부터 아침에 혜연이를 봤게요 못봤게요 ??

물으나마나..  생각하나마나..  대답하나 마나..

 

삐에 1010235 란 숫자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안끼리 친해졌다.

알고보니 우리엄마랑 혜연이네 엄마랑 같은 대학 같은 과였다. 성대 가정학과..

모두 무시무시한 혜연이네 엄마 탓이다.

 

난 좀있으면 군대를 간다.

가기 전까지 좋은 오빠이고 싶다.

혜연이를 향해서 별다른 감정은 아직도 없다.

(당연하지.. 나이차가 6 년인데..)

 

혜연이는 언젠가 내 곁을 떠날것이다.

그 땐 어쩜 상황이 뒤밖일지도 모르겠다 그 땐 가만히 코나 후비면 되지뭐...후훗.

떠나기 전까지 좋은 오빠로 남아있고 싶다.

 

 

삐에 1004 가 찍힌 음성이 왔다. 노래였다..  

음률을 집중해보니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이였다.

 

햐아~~ 이거 참..   이럴땐 뭐라고 해야하지 ??

조금있다가 달려가서 기타를 치며 아름다운 구속을 라이브로 들려주마.

이혜연. 각오해라 !! 맛간 눈동자로 만들어주마 !!

 

* 실화입니다.

 꼬마랑 저 보고 싶으면 홍대앞에서 빨강머리에 멜빵 그리고 추파춥쓰..

 눈에 띄면.. 바로 접니다.

 아는척하세요. 딴건몰라도 맛있는 사발면 한 그릇은 책임질겁니다. - -;

 원하신다면 추파춥쓰도 한 개 드리죠. 믿덩가 말덩가..  

 낼 아침도 혜연일 보겠군..  냠냠..

 

                              -끗트(오타아님)-

 

 

 

흠...22살과 16살이면 6살 차이군여...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별루 그렇게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것 같진 않군여(오히려 약간 적은듯)...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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