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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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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hwancan] 쪽지 캡슐

2000-08-18 ㅣ No.1307

 

잼있게 읽으셨어여? 지루하셨다면 죄송해여. 다 그런거쥐 모...

글구 몰 또올리나 하구 생각하시겠지만 이 글은 너의 결혼식이라는 이 글을 쓴 작가의 후기입니다. 이걸 읽어보면 사실인거 같기두 하구 아닌거 같기두 하구 긴가민가하네여...  

읽어보셔여...

 

 

 

 

-후기-

 

제가 형을 처음본건.. 올초.. 고시원에서 같이 생활을 하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저는 올해 새내기 고시 초보생.. 형은 벌써 1차에

 

합격을 해 놓구 마지막으로 2차 시험을 준비하는 말년 고시생이었습니다.

 

원래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방을 서로 마주보고 쓰다보니,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말을 트고 서로 친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형은 다른 고시생들과 다른점이 두가지 있었습니다. 우선, 형은

 

다른 사람들보다 공부를 훨씬 열심히 했습니다. 물론, 1차 붙어논

 

사람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형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뭔가에 홀린듯.. 정말로 하루종일 거의 잠도 안자고 책을

 

붙잡고 공부만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달랐던 점.. 아니 이건

 

달랐다기 보다는..특이한 점이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것 같군요..그리고

 

이를 계기로 형과 제가 더욱 친하게 되었는데.. 형은 항상 반지가 두개

 

달린 목걸이를 목에 걸고 다녔습니다.. 공부할때도... 밥먹을때도..

 

잠잘때도... 심지어 샤워 할때도.. 항상 목걸이와 함께 생활을 하더군요..

 

그래서 형과 충분히 친해졌다고 생각되던 날..술자리에서 형에게 그

 

목걸이에 얽힌 사연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형은 참 술을 좋아했던 걸로..기억이 납니다..그리고 평소때는 조용

 

하던 분이.. 술을 먹으면 속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편이었죠.)

 

 

그랬더니 형은.. 이건 자기가 결혼할 사람이.. 어쩔수 없이 자기를

 

떠나면서.. 자기에게 남긴 반지로 만든 목걸이라고 이야기를 시작

 

하면서, 제가 글 ’너의 결혼식’에서 썼던 형과 여자친구분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하나씩 둘씩.. 술잔에 실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왜 고시원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반지

 

로 목걸이를 하게 되었는지 까지도요.. 형은.. 꼭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올해 2차에 합격해 여자친구분을 다시 찾고 말겠다는 의지로 이를

 

악물로 공부를 한다고 하면서 말을 끝마쳤습니다. 형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형이 왜 저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이해가 되

 

더군요.. 제가 형이라 그래도 아마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떠나

 

보내면.. 다시 찾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무슨 짓이든 할려고

 

발버둥 칠테니까 말이죠..

 

 

 

그 이야기를 통해서 형과 더욱 친해진 저는, 형과 가장 가깝게 지내면서

 

형이 올해 6월달에 2차 시험 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그날

 

형 시험 잘 보라고 사주었던 엿.. 아직도 기억에 남는군요.. 후훗...

 

형은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으면서 삼일동안 시험을 치뤘습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날.. 형에게 물으니 시험에 나온 문제

 

대부분 답을 바르게 쓴 것 같다고.. 웃는 얼굴로 대답하더군요..

 

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젠 형이 여자친구분을 다시 찾을수

 

있겠다고 함께 좋아하면서 말이죠..

 

 

 

형은 시험이 끝나고 난후, 고시원 근처에 있는 자취방으로 거처를 옮겼

 

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론 형을 매일 만나지는 못하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제가 형의 자취방을 찾아가서 만나는 것으로 우리의 우정을 계속

 

이어 나갔습니다..그런데.. 한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7월말.. 형이 술에 만취가 된 상태로.. 저의 방에 찾아왔더군요..

 

형에게 왜 이렇게 엄청 취했냐고 물었는데.. 형은 제가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안하고 계속 울면서 여자친구분 이름만 부르다가.. 결국 취기

 

에 잠이 들더군요.. 전 형에게 무슨일이 있나하고 형을 다시 깨워

 

물어보려다가.. 낼 일어나면 물어보지 하는 생각으로 형 옆에서

 

쪼그리고 같이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형이 벌써 일어나서 나갔는지 안 계시더군요

 

 

그때.. 뭔가 안좋은 일이 일어났다는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전 그냥 형에게 무슨일이 있었나 보다라구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4일인가 시간이 흘렀습니다.. 고시원에서 한참 수업을 듣구

 

있는데.. 모르는 남자 두분이 저한테로 찾아오셨더군요.. 전 영문을

 

몰라 그들을 따라나갔는데, 알고보니 형사분들 이더라구요..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그분들은 저에게 형에 대해서 혹시 뭐 아는거 없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전 그때 아차했죠.. 형이 무슨 사고를 쳤구

 

나.. 그런데 그들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형이 엊그제

 

고향인 나주 근처에 있는 호수에서.. 익사를 했다고 하더군요.. 전

 

깜짝놀라 뒤로 자빠질 지경이었습니다. 형이 익사를 하다니.. 엊그제

 

까지 나랑 함께 있던 형이.. 형사분들은 어쩔줄 몰라하는 나를 보고

 

진정하라고 말을 하면서, 형에 관한 일들을 차근 차근 물었습니다. 전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형의 사정 이야기를 다 해 줬습니다. 그러자

 

그분들은 잠시후에 다시 오겠다고 하면서 자리를 떠나더군요.. 전 그때

 

정말로 황당했습니다.. 형이 물에 빠져 죽다니.. 그것두 고향의 호수까지

 

가서..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떠오른 게..

 

그녀 삼촌이라는 깡패놈.. 혹시 그 깡패놈이 형을 물에 익사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전 형사가 다시 오면

 

그 이야기를 하려고 계속 조마조마 해 하고 있었는데.. 저녁때쯤

 

되니까 두사람중 한분이 다시 오시더군요.. 전 그분을 보자마자

 

삼촌 깡패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제 이야기를 웃으

 

면서 들으시더니, 조사해 보니 자살로 판명이 났다고 말씀해 주시더

 

군요.. 그리고 그 말과 함께 형이 자취방 책상위에 남겼다는 노트

 

한권을 제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자리를 떠나시면서, 조금전에야

 

왜 형의 시체가.. 화장된 유골이 든 나무 상자를 안고 물 위에 떠올

 

랐는지 의문이 풀렸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이야기를 들었을때야..전.. 아차..하면서 깨달았습니다.. 형과 그 여

 

자친구분에게 도대체 요 며칠간 무슨일이 있었는지...그리고 저는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걸 형이 써 놓은 노트(일기장 비슷한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놓은 노트)를 보면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죠... 그 누님..

 

알고보니 결혼 생활을 비관하여.. 형이 제 방에 술 먹고 오시기

 

전날 약먹고 자살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구 형이 그날 술먹고

 

제 방으로 오신건.. 누님의 비보를 받았기 때문이고, 그 다음날

 

형은 그 누님의 유골을 안고.. 호수에서 따라 죽으신 거구요..

 

 

전 그날 저녁.. 형이 써놓은 노트를 뒤척이며.. 깊은 생각에 잠겼

 

습니다.. 이 이야기를 그냥 내 가슴속 간직해야 할까... 아니면..

 

이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야 될까.. 참 많은 고민끝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화자를 ’나’로 하여 꼭 제 이야기인것 처럼 써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간 두 사람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가슴으로나마 함께 할 수 있게 해야겠다구요..

 

그래서 전 박진석과 김성미라는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글을 쓰기

 

시작했고, 현실을 소설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약간 각색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원래의 내용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게 글을 다

 

끝마칠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글쓰다가 14편에서.. 이게 선언적 요소를 지닌 현재 시점의

 

글이라고 말을 했었죠.. 내일.. 그러니까 11월 6일이 바로.. 형이

 

쳤던 사법고시 2차 시험의 결과가 발표되는 날입니다.. 결과...

 

제가 생각할때는 아마도 형이 시험에 붙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데 이 시험.. 형이 만약 붙었다고 그러면.. 너무 억울해

 

집니다.. 조금만.. 단 삼개월만 더 기다렸으면 되었을껄...

 

삼개월만 더 기다렸으면..두 사람.. 이승에서도 행복할수 있었

 

을텐데...하지만 아무리 억울해도 형이 꼭 붙었으면 합니다..

 

이 돈과 능력을 우선시 하는 비정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라도..) 그리고 이와 함께 내일은 형이 세상을 떠난지

 

딱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여자친구분께서 떠나신지는.. 102일

 

되는 날이구요.. 두사람.. 세상을 떠나고 나서.. 영혼으로 나마

 

다시 만나서..지금 사랑을 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서로 다른

 

세상에서 방황 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영혼으로나마 다시 재회를

 

해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게 떨어지기

 

싫어했던 두 사람인데.. 아무리 죽음인들.. 그들을 갈라놓을수가

 

있었을까요..

 

 

 

이 글을 저를 친동생처럼 대해주며, 잠시나마 동고동락했던 형님

 

故박형석(본명) 님과, 그 형님의 소중한 사랑이던 故최지연(본명)님께

 

바칩니다.

 

 

 

그럼 슬프게 세상을 떠난 두분을 위로하는 의미에서..

 

우리 마지막으로 이렇게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비록 두분.. 현실에서는 결혼하지 못했지만, 우리 마음속에서

 

나마 두분이 행복하게 결혼 하는 모습을 그려보도록 해요...

 

 

어때요?? 제대로 그리셨나요??

 

 

 

 

그리고 다음으로,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가 이 결혼식의 하객이

 

되어, 행복해 하는 두 사람에게 영원히 서로 사랑하라는 축복의

 

의미로 잔잔한 박수를 보내 보도록 하지요..

 

 

이 많은 네티즌이 하객이 된다면.. 두분.. 비록 영혼 결혼식이라

 

할지라도.. 섭섭하지는 않으시겠죠? :-)

 

 

 

 

그럼 그동안 너의 결혼식을 사랑해 주셨던 모든분들, 항상 건강하시

 

구요, 한 사람이 그 사람의 재산이나 능력이 아닌, 그 사람의 참된

 

가치로 평가 받는 밝은 사회가 오기를 기원하면서.. 너의 결혼식

 

30편의 막을 내리려 합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여러분, 모두 감

 

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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