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성당 게시판

보스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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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영 [naimda] 쪽지 캡슐

2000-10-04 ㅣ No.3943

       

 

 

S#1 암전 (조직의 사무실)

 

 

 

오른팔 : (침통한 목소리로) 형님 당했습니다.

 

보  스 : (놀라는 목소리로) 그 많던 애들이 다?

 

오른팔 : 놈들의 전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형님. 피하시지요?

 

보  스 : 음...

 

 

 

 보스의 ’음’ 소리와 함께 화면 밝아진다. 화면 밝아지고 나면 모니터 화면이 나타나고, 모니터엔 ’스타크래프트’ 게임 화면이 보여진다. 보스 담배를 물고 한 참을 아군이 처참히 당하는 모니터 화면을 쳐다보다가 말문을 연다.

 

 

 

보  스 : ’GG’를 선언해라. 남자는 모름지기 정정당당해야 하는 법...

 

 

 

S#2 조직 사무실

 

 

 

 보스와 오른팔 자장면을 먹고 있다.

 

 

 

오른팔 : 형님... 게임 실력이 날이 갈수록 늘고 계십니다...

 

보  스 : (단무지를 젓가락으로 집으며) 이제 다른데서 시켜먹어야 되겠군. 단무지가 갈수록 줄어.

 

오른팔 :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형님.

 

 

 

 자장면을 다 먹고 담배를 꺼내 무는 보스. 오른팔은 그릇을 치운다.

 

 

 

보  스 : 요즘에 그 사람 찾는 거... 뭐라고 하드라?

 

오른팔 : 아이 러브 스쿨 말씀하시는 겁니까? 형님?

 

보  스 : 그래... 그 아이 러브... 그거... 찾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찾아 주나?

 

오른팔 : 물론입니다. 형님. 저도 그걸로 동창들 만나고 있습니다.

 

보  스 : 그래? 그럼 나도 해 봐야겠군. 지금 할 수 있나?

 

오른팔 : 예... 형님... 시행하겠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아이 러브 스쿨 사이트를 띄우는 오른팔. 가입 양식 화면을 띄운다.

 

 

 

오른팔 : 형님. 어느 초등학교 나오셨습니까?

 

보  스 : 초등학교? 학교 근처에도 못 가봤는데... 음... 그냥 사람만 찾아주면 됐지? 학교는 무슨...

 

오른팔 : 노여워 마십시오. 제가 애들을 풀어서 찾아 드리겠습니다. 누굴 찾으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형님.

 

보  스 : 아니다. 찾아서 뭘 하겠어. 내 죄가 많은데...

 

오른팔 : 형님. 적적하신 모양입니다? 그럼 채팅 한 번 해 보시겠습니까? 새로운 사람도 만나보시고...

 

보  스 : 내가 애들도 아니고... 채팅은 무슨... 신경 쓰지마... 오른팔...

 

 

 

S#3 어두운 골목길

 

 

 

 보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면서 걸어가고 있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걸어가고 있는 보스.

 

 

 

보  스 : 사아랑 해에선 안 되에엘 사아라아암으을... 사아랑 하아는 죄에이라아서어... 꺽...

 

 

 

 뒤에서 다가오는 낯선 남자들... 보스를 무자비하게 때리고는 사라진다.

 

 

 

S#4 병실

 

 

 

 정신이 깨어나는 보스. 오른팔과 조직원들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오른팔 : 형님. 이제 정신이 좀 드십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보  스 : 어떻게 된 거지? 오른팔?

 

오른팔 : 형님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흑...

 

보  스 : 애들 내 보내라... 할 얘기가 있다...

 

 

 

 오른팔 조직원들에게 나가라는 눈짓을 하고 조직원들 병실 밖으로 나가서, 병실 문을 지키고 선다.

 

 

 

보  스 : 도끼 파냐?

 

오른팔 : 그런 것 같습니다. 형님. 아니라고 발뺌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보  스 : 도끼 그 놈이 많이 컸구나... 담배 있냐? 오른팔?

 

오른팔 : 예. 형님.

 

 

 

 보스 일어나고, 오른팔 담배를 꺼내서 보스 입에 물려주고는 불을 붙여준다.

 

 

 

오른팔 : 형님. 전쟁을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보  스 : 후...(담배 연기를 내 뿜으며) 전쟁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오른팔 : 우리 애들 다섯에 이제는 형님까지...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형님...

 

보  스 : 음... 조금만 더 참아보자... 오른팔...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지는 않아...

 

 

 

S#5 병실

 

 

 

 보스 창 밖을 보면서 서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오른팔의 모습이 보인다.

 

 

 

보  스 : 햇살이 따뜻하다... 오른팔... 조용하지?

 

오른팔 : 예... 형님... 쥐 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보  스 : 폭풍 전야의 고요함... 느낌이 좋지는 않아...

 

오른팔 : 몸은 어떠십니까? 형님?

 

보  스 : 쉽게 죽지는 않아... 오른팔... 너무 걱정하지 마...

 

보  스 : 음... 오른팔... 채팅 해 보라고 했지? 자네가... 가르쳐 주겠나? 좀이 쑤셔서 병원엔 더 못 있겠어...

 

오른팔 : 채팅 말입니까? 형님? (미소를 띠며) 알겠습니다. 형님 제가 준비를 하겠습니다...

 

 

 

S#6 게임 방

 

 

 

 게임 방으로 들어오는 보스와 오른팔의 모습이 보인다. 보스의 머리엔 아직 붕대가 감겨 있다. 주인 겁에 질린 모습이다.

 

 

 

보  스 : 게임 방이라는데 가 이렇게 장사가 안되나? 밥 먹고살겠어?

 

오른팔 : 그게 아니라,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제가...

 

보  스 : (웃으며) 자넨 못 말리겠군... 내가 어린앤가? 밥은 먹고살아야지, 남의 장사를 방해하면 쓰나? 걱정이 되는 건 알겠는데...

 

오른팔 : 알겠습니다. 형님. 조치하겠습니다.

 

 

 

 게임 방은 금새 손님들로 가득 찬다. 채팅을 가르쳐 주고 있는 오른팔과 열심히 배우고 있는 보스의 모습이 보인다.

 

 

 

보  스 : 이렇게 하면 되는 거지? 신기하네... 얼굴도 안 보고 얘기를 하다니... 좋은 세상이야...

 

오른팔 : 예. 형님.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형님은 공부를 하셨어도 성공하셨을 겁니다...

 

보  스 : 후후후... 자네가 빈말도 다하고... 이제 다 배웠으니, 자네는 자네 일 보게... 난 이것 좀 하다가 가야겠어...

 

오른팔 : 저도 옆에 있겠습니다... 형님...

 

보  스 : 허허... 자네가 있으면 내가 불편해... 걱정하지 말래두... 몇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생길라구?

 

오른팔 : 성한 몸이 아니잖습니까? 형님?

 

보  스 : 부탁이야... 주위에 다 학생들 같은데... 학생들이 날 어쩔려구? 자넨 걱정이 너무 많은 게 탈이야...

 

 

 

 오른팔 걱정이 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서 게임 방 주인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는 사라진다.

 

 

 

S#7 게임 방

 

 

 

 혼자서 채팅을 하고 있는 보스. 이곳 저곳 들어가 보지만, 나이를 말하면 바로 쫓겨나고 만다. 담배를 꺼내어 무는 보스. 오른팔이 가르쳐 준대로 대화방을 만들어 본다. 방제는 ’깡패의 첫사랑’. 흐뭇하게 자기가 만든 방을 바라보고 있는 보스. 서너 명이 들어 왔다가, 그냥 나가버린다. 보스 잠시 화장실에 가고, 그 사이에 대화 명이 ’순수’라는 사람이 들어온다. 인사를 해 보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화장실에서 돌아 온 보스. 얼른 인사를 건넨다.

 

 

 

보  스 :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화장실 좀 다녀오느라고...

 

순  수 : 아, 예... 그러셨군여... 방가여...

 

보  스 : 예? 방가라니요? 전 김가인데요?

 

순  수 : 허걱... 엽기다... 방가는여 반갑습니다란 뜻이예여... 채팅 첨 하세여?

 

보  스 : 아... 그런 뜻이군요... 오늘 처음 하는 거라서... 몰랐습니다...

 

순  수 : 그러시군여... 방제 보고 들어 왔어여... 영화 제목인가여?

 

보  스 : 아니요... 제 얘기거든요... 제가 깡패거든요...

 

순  수 : 호홋... 대화 명이 그래서 보스?

 

보  스 : 예... 제가 애들 몇 명 데리고 있습니다...

 

순  수 : 장난하지 마시구여? 저 장난 안 좋아해여... 직업이 뭐예여?

 

보  스 : 정말 깡패 맞아요...

 

순  수 : 이궁... 그래여... 그럼 깡패라 치고... 첫사랑이 생각나서 방 만드셨어여?

 

보  스 : 예... 20년 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었었는데... 이제는 누군가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순 수 : 20년이라... 영광이네여... 자... 그럼 얘기 들을게여... 해주세요... 기대된다... ^^

 

보  스 : 고맙습니다... 제 얘기를 들어주신 다니... 잠시만요... 담배 한 대 물구요...

 

순  수 : 긴장되시나 보다...^^

 

보  스 : 그러니깐, 그게 20년 전입니다... 세월 참 빠르네요... 벌써 20년이라니...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이었습니다...

 

 

 

 이어지는 보스의 이야기가 채팅 화면과 회상장면이 교차되면서 이어진다. 20대의 혈기 왕성했던 민혁은 조직에 들어가게 되고, 자신이 속해 있던 조직 보스의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조직 보스가 그 사실을 알게되고, 민혁은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조직 보스의 여자이자 자신의 사랑인 혜린의 간청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혜린은 다시는 민혁을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오른 손목을 잘리게 된다. 민혁은 혜린이 오른 손목을 잘리는 현장에서 자신의 여자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흠씬 두들겨 맞는다. 화면은 울부짖는 민혁의 얼굴에서 채팅을 하고 있는 보스 민혁의 얼굴로 바뀐다. 채팅을 하고 있는 보스 민혁 곁으로 다가오는 도끼 파 조직원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배에 칼을 맞고 피를 토한 채 게임 방 의자에 앉아서 죽은 민혁의 모습이 보인다. 같은 시간 사무실에서 역시 칼을 맞아 죽은 오른팔의 모습도 보인다.

 

 

 

S#8 모니터 화면

 

 자신의 첫사랑을 얘기하던 보스 민혁은 죽게되고, 이야기는 끊어진다. 채팅을 하고 있던 상대편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순  수 : 담배 피세여? 아니면 화장실 가셨나? 보스님?

 

순  수 : 보스님?

 

순  수 : 보스님?

 

순  수 : ...

 

순  수 : ...

 

순  수 : ...

 

순  수 : ...

 

순  수 : ...

 

순  수 : ...

 

순  수 : ...

 

순  수 : ...

 

순  수 : ...

 

 

 

 모니터 화면에서 자판을 치고 있는 여자의 모습으로 바뀐다. 그런데, 한 손으로만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그것도 왼 손으로...

 

 

 

순  수 : 민혁씨... 민혁씨 맞죠? 저 혜린이예요... 저 잘 살고 있어요... 하루도 민혁씨 잊은 적 없는데... 죄책감에 사로잡혀 사실 필요 없으세요... 그러지 마세요... 저 민혁씨 원망 해 본적 없어요... 민혁씨라면 두 손을 다 잘리더라도 괜찮아요... 민혁씨 사랑 영원히 간직하고 살게요... 민혁씨... 그 때 제가 못 했던 말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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