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깜.복.기 3/1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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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3-11 ㅣ No.3146

다해 사순 제 2주간 목요일

 

복음 : 루가 16, 19-31

 

주먹을 펴자

 

입관 예절을 참석할 때마다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을 볼 때 저는 빼놓지 않고 보는 부위가 있습니다. 바로 손입니다. 그러면 아직까지 주먹을 쥔 채 눈을 감고 계신 분을 뵌 적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죽을 때 공통된 모습은 손을 펴고 죽는 다는 것을 전 그 때 알았습니다. 죽음은 꽉 움켜쥔 주먹을 펴는 일입니다. 세상은 태어날 때 주먹을 쥐고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그 꼭 쥐고 있던 주먹을 펴게 됩니다.

이게 세상사는 이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살면서 집착하지 말고 일도 하고, 손을 놓아 옆 사람과 손도 잡고, 함께 나누라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주먹을 쥐고 있듯이, 내가 그 어떤 것에 집착하고 있다면 일도 할 수 없고, 다른 이의 손도 잡을 수 없고, 함께 나눌 수도 없습니다.

 

지금 내가 누리는 세상의 온갖 부귀와 명예, 사치와 허영과 같은 복락에 집착하기보다는 지금도 내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는 제 2의 라자로를 먼저 찾아가 그의 배고품과 고통을 헤아리는 일에 집착해야 하겠습니다.

세상 밑바닥에서 누가 살고 있고, 왜 그들이 그렇게 사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 부활하게 만드는 것이고, 영원한 생명을 얻어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편히 잠들 수 있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남부럽지 않은 온갖 복을 다 누린다면 우리는 영원히 주먹을 펴지 못할 것입니다. 주먹을 펴지 못한 채 눈을 감게 될 것입니다. 이제 저도 서서이 주먹을 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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